세 차례 파리 시장을 역임하고 두 차례 대통령 직을 수행한 프랑스 보수 진영의 거목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향년 86세로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시라크 전 대통령의 사위인 프레데릭 살라 바루는 이날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이날 아침 가족들이 주위에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시라크는 프랑스 엘리트 정치인 양성소로 불리는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ㆍIEP)과 미국 하버드대를 거쳐 최고 명문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뒤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참모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삶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현 제1야당인 중도우파 공화당(LR)의 원류인 공화국연합(RPR) 창당을 주도하며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으로 프랑스를 재건한 샤를 드골의 적통 후계자로 평가받았다.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두 차례 프랑스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좌파 거목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다음으로 오래 집권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7년 임기의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줄이는 개헌에 성공한 대통령 역시 시라크다. 또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정면으로 비판해 국내외에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으로서 면책 특권이 끝난 뒤인 2011년 파리시장 시절의 공금횡령 사건과 유죄선고를 받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정계 일선에서 물러난 뒤 신경계 질환을 앓아왔으며, 건강 악화로 최근 수년간은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프랑스 하원은 시라크 별세 소식에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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