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은 우려했던 대로 ‘조국 인사청문회’ 2라운드였다. 이러다간 나흘간의 대정부질문과 오는 30일부터 20일간 진행될 국정감사도 내내 비슷할 듯하다. 지금 우리는 경기 침체, 한일 갈등, 비핵화 협상,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등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이 시간을 이렇게 허비해도 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검찰ㆍ사법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조국 법무장관 엄호에 몰두했고, 야당 의원들은 그간 제기된 조 장관 및 가족 관련 의혹을 반복하며 면전에서 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일 수사팀장에게 부인의 건강 상태를 배려해 달라며 전화통화를 한 사실과 수백억 원대 횡령ㆍ배임으로 구속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탄원서를 제출했던 일이 확인됐다.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이 압수수색 수사팀장에게 수사 관련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통화 사실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수사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정부질문을 파행시킨 채 의원총회를 열어 형사고발과 함께 탄핵 추진을 결의했다. 앞서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이 신임 국무위원 인사차 단상에 나오자 야유를 퍼부으며 돌아앉았고, 대정부질문 중에는 ‘조국 전 민정수석’으로 부르기도 했다.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여야의 충돌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여야가 특정 장관의 거취 문제로 50여일간 총력전을 펼치고, 이 와중에 검찰이 현직 법무장관을 직접 겨냥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상황 자체는 매우 이례적이다. 대다수 상임위원회의 국감 증인 채택 논의가 ‘조국 청문회’를 앞둔 힘겨루기와 흡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20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정쟁으로 지새우기로 작정한 듯하다.
어차피 조 장관의 거취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다. 조 장관도 국회 답변에서 그런 식으로 언급했다. 지금 국회가 할 일은 어려운 서민경제와 양극화 심화, 세대 갈등, 축산농가의 절망, 시급한 교육개혁 등과 관련한 법안들을 심의하고 처리하는 일이다. 정녕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로 임기를 마칠 생각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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