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득점이지만 고대 합격 이후 점수
“딸 영어 잘했다” 주장도 흔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 검증 국면에서 그의 딸 조모(28)씨의 영어실력은 비상한 관심을 모은 변수 중 하나였다. 조씨가 한영외고 재학시절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2,130점(만점은 2,400점)을 받았던 게 알려지자 “미국 아이비리그도 합격할 수준이라 고려대 입시에는 오버 스펙”이란 분석도 나왔다. 조 장관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이 정도 영어 실력이면 각종 인턴 경력을 허위로 만들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과 함께 “검찰과 언론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의혹 검증 과정에서 언론 등에 공개된 조씨의 SAT 성적표 원본으로 미뤄 2,130점은 팩트로 보인다. 다만 이 점수가 고려대 입학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웠다는 게 문제다. 조씨가 고려대 수시전형에 합격한 2009년 SAT 일정이 근거다.
입시학원가 등에 따르면 조씨는 2009년 1월, 6월, 10월 세 차례 SAT를 봤다. 1월에는 1,970점, 6월에는 1,910점을 받았다. 2,130점은 10월 시험에서 나왔다.
반면 조씨가 합격한 ‘2010학기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 원서접수는 마감일이 그 해 9월 14일이었다. 면접은 10월 17일, 최종 합격자 발표는 같은 달 28일이었다. SAT 홈페이지에는 10월 접수가 전달 23일까지였고, 성적표는 고려대 합격자 발표 이튿날인 29일 이메일로 통보되는 것으로 나와있다. 설사 2,130점이 아이비리그를 갈 수 있는 고득점이었다 해도 전형 때 제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서류 접수 당시 없는 점수를 낼 수는 없는 일이고, 접수 이후 받은 점수를 추가로 제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 지지층은 조씨의 SAT 점수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조씨의 영어실력이 고려대 입학은 물론, 단국대 의대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등과 연관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등학생 시절 2주간 인턴을 한 조씨를 논문 제1저자에 올린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는 “보고서를 영어로 잘 써줘 이름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조 장관도 “딸이 영어를 잘한다. (교수가) 연구 및 실험 성과를 영어로 정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수사로 문제의 논문은 조씨의 고려대 수시전형 때 제출서류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초 대한병리학회는 직권으로 논문을 취소했다. 고려대 학생들은 조씨의 입학 취소를 외치며 촛불을 들고 있다.
조씨가 고려대에 합격했을 때 제출한 SAT 성적표는 1,970점이 확실시 되는데, 이 점수를 고득점으로 보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고려대 수시전형 출신 A씨는 “보통 외고 나와서 고대 지원하는 수준이 SAT 2,200점 이상”이라고 말했다.
미국대학 입시 전문가들도 조씨가 고려대 합격 전 받은 SAT 1,970점으로는 미국의 주요 대학에 원서를 넣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한다. 한 입시 전문가는 “2,400점 만점 시절 1,900점 중반대 성적은 미국에서 100위권 내 대학을 노릴만한 점수”라며 “동양인이 아이비리그를 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는 만점에 가까운 SAT 점수에다 다양한 스펙까지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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