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의 카슈미르 탄압 속 ‘연대’ 통해 시크 분리주의 운동 고조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환영하는 ‘하우디(안녕하세요) 모디’ 행사가 지난 22일 휴스턴 NRG스타디움에서 개최된 가운데, 행사장 바깥에서 모디 총리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모디 정권이 인도 내 무슬림과 기독교인, 시크교인 등 소수자 탄압 정책을 펴는 데 항의하는 집회였다. 이날 시위에는 북미의 시크 단체인 ‘정의를 위한 시크들(SFJ)’도 참여했는데, 최근 들어 시크 분리주의 운동은 카슈미르와의 연대를 통해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휴스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의 NRG스타디움에서는 방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 대한 환영행사, ‘하우디 모디(Howdy Modiㆍ‘안녕하십니까 모디’라는 뜻)’가 열렸다.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5만여명이 그의 등장에 환호했다. 모디 총리는 이 자리에서 ‘(카슈미르 특별지위를 부여한) 헌법 370조 폐기’를 언급하며 “급진적 이슬람 극단주의를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시간 행사장 밖에선 그를 반대하는 시민 약 1만5,000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모디 총리가 대표하는 힌두극우정부가 최근 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한 건 물론, 극우 자경단이 △무슬림 △기독교도 △달리트(불가촉천민) △시크교인(힌두교와 이슬람교가 융합된 인도 종교인 ‘시크교’의 신도들ㆍ이하 ‘시크’) 등 인도 내 소수자나 하층 커뮤니티를 상대로 자행하는 폭력 사태 급증 현상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른바 ‘아디오스 모디(Adios Modiㆍ모디는 이제 떠나라)’ 이벤트였다. 이 시위에는 ‘정의를 위한 시크들(SFJ)’ 등 북미의 시크 분리주의 조직과 카슈미르 디아스포라, 그리고 모디 총리에 비판적인 미국 시민들 다수가 참여했다.

그런데 이날 인도 북서부 펀자브주(州)의 지역 언론 보도들에선 ‘칼리스탄 진다바드 군(Khalistan Zindabad ForceㆍKZF)’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현지 매체들은 펀자브 주정부가 “테러 조직 단속 과정에서 펀자브 경찰이 재생 조짐을 보이는 테러 조직 KZF 대원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KZF에 대해 “파키스탄과 독일 소재 테러 그룹의 지원을 받는 조직”이라면서 “경찰은 AK-47 소총 여러 정과 위성전화, 수류탄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국가수사국(NIA)이 추후 조사를 이어 갈 것이라고도 했다. NIA는 2008년 뭄바이 테러 사건을 계기로 창설된 인도의 대테러 수사 전담 기구이며, KZF는 ‘칼리스탄 운동’으로 불리는 시크 분리주의 무장단체의 하나지만 1990년대 이후엔 희미해진 이름이다. 인도 당국의 신뢰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시크들의 분리주의 기운이 최근 1~2년새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크들의 본향이나 다름없는 펀자브주는 1947년 인도 대륙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할되는 과정에서 무슬림 주류 서부 지역이 파키스탄에, 힌두나 시크 주류의 동부 쪽은 인도에 각각 속하면서 ‘분단’됐다. 자치 요구가 높았던 인도 쪽에선 1980년대 전후 무장투쟁의 서막이 열렸다. 특히 1984년 약 다섯 달 간격을 두고 발생한 두 개의 역사적 사건은 시크들이 ‘자치에서 독립으로’ 요구 수위를 높이면서 분리주의 무장운동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2013년 11월 1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본부 앞에서 시크교인들이 1984년 인도에서 벌어진 시크교인 대량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첫 번째 사건은 1984년 6월 1일부터 8일간 펀자브주 골든 사원에 대해 벌어진 군사 작전, 이른바 ‘블루스타 작전’이다. 당시 인도 군경은 ‘시크 무장대원 단속’을 명목으로 시크교도들이 신성시하는 골든 사원을 공격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군인 83명과 민간인(비무장 반군 포함) 492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000명을 웃돈다. 작전 후 30년이 지난 2014년, 영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한 기밀문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마거릿 대처 정부가 영국공수특전단(SAS)을 통해 인디라 간디 총리에게 사원 진압을 조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크 커뮤니티는 영국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영국 측이 어느 수위까지 개입했는지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 사건은 1984년 10월 31일 인디라 간디 총리가 시크 경호원에 의해 암살당한 일이다. 그 직후 대대적으로 벌어진 시크 겨냥 폭동은 약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 두 사건으로 불이 붙은 시크 분리주의 무장운동은 하지만 1990년대 중반 들어 대중의 지지를 잃으며 사그라들었다. 펀자브주 인권 침해 기록을 추적해 온 ‘펀자브의 기록 및 인권옹호 프로젝트’ 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 인도군에 의해 강제 실종되거나 살해된 시크는 무려 8,257명에 달한다.

침체됐던 시크 분리주의 운동이 다시 부상하는 것과 관련, 가장 최근의 변수는 카슈미르다. 지난달 5일 카슈미르 강제합병, 이 지역의 통신 전면 두절 사태 등 인도의 카슈미르 탄압 시국과 맞물리면서 시크 운동도 탄력을 받고 있다. 국내 상황을 보면 카슈미르에 대한 연대 시위가 가장 강하게 벌어지는 곳은 다름 아닌 펀자브주다. 인도 언론 ‘더 퀸트’의 이달 23일자 기사 ‘우리의 고통은 같다: 왜 펀자브는 계속해서 카슈미르를 위해 싸우나’는 두 지역의 연계점을 잘 포착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펀자브 지방 농민들과 좌파성향 학생단체 등 10여개 단체는 카슈미르 연대 시위를 계획했다. 그러나 당국의 불허로 시위는 파편적으로 진행됐고, 시위대 행진도 약식으로 끝나거나 곳곳에서 저지됐다. 기사는 26일 델리에서 시크와 타밀 활동가까지 아우르는 연대 시위를 예고했다. 시크와 타밀, 카슈미르는 모두 인도에서 분리주의 기운이 강하게 표출되거나 잠재돼 있는 지역들이다.

지난 3월 28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4~5월 총선을 앞두고 인도 북부 메루트 지역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인도 내 소수자들에겐 여전히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메루트=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2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아디오스 모디’ 시위에 적극 참여한 SFJ는 아예 시크 독립국가를 열망하며 2020년 독립 찬반 주민투표 캠페인을 벌여 왔다. 이들의 캠페인 사이트(referendum2020.org)에는 “펀자브 주민투표 2020는 펀자브를 인도의 점령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캠페인”이고, “캠페인 목표는 펀자브를 국민국가로 재건하기 위해 펀자브인들의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 주는 것”이라고 적혀 있다. “주민투표로 합의가 모아지면 펀자브 국가 재건설안을 유엔에 제시하겠다”는 게 이들이 제시한 대강의 로드맵이다. 투표는 캐나다 주요 도시에서 우선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인도는 앞서 단속 대상이었던 KZF는 물론, SFJ의 국민투표 캠페인에 대해서도 “파키스탄 정보국(ISI)이 배후 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디오스 모디’ 행사 사흘 전인 지난 19일, ‘카슈미르 칼리스탄 국민투표 전선(KKRF)’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등장했다. KKRF는 인도의 모디 총리와 아미트 샤 내무장관, 그리고 인도령 카슈미르 주둔군 최고 사령관인 칸왈 지트 싱 딜런 중장을 카슈미르 인권침해와 잔학행위의 책임자로 지목하면서 휴스턴 지방법원에 고발했다. 73쪽에 달하는 고발장을 낸 뒤, 법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이는 바로 SFJ 법률자문 변호사인 ‘구르파트완 싱 파눈’이라는 인물이다. 성명에서 그는 “인권침해를 자행하면 제 아무리 총리라 해도 고발될 수 있을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시크 분리주의자인 파눈은 과거 이같이 말한 바 있다. “칼리스탄 캠페인은 정당하다. 시크 제국은 1799년부터 영국에 합병된 1849년까지 분명히 존재했던 국가다. 우린 그 국가의 재건을 추구하는 것이다.”

KKRF와 관련, 인도 출신으로 스웨덴 웁살라대 ‘평화와 분쟁 연구소’의 아쇼크 스와인 교수는 지난 20일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KKRF는 신생 조직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시크 분리주의자들과 카슈미르 분리주의자들을 한 우산 아래에 묶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힌두 투바(힌두 극단주의) 깡패들이 나라를 산산조각 내며 분열시키는 사이, (각기 다른) 분리주의자들은 연대하고 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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