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보수논객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종북’, ‘주사파’라는 표현 자체는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남편이 머리고 부인이 입 역할’ 등 일부 표현에 대해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6일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 설범식)는 이 전 대표 부부가 변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변씨는 이 전 대표 부부에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변씨 글을 인용해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 3곳 등에는 도합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이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라거나 인격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변씨 등의 표현행위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공익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서 그 내용을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서 “공인의 이념적 성향은 공적 관심 사안이므로 그에 대한 문제제기는 널리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남편이 머리고 부인이 입 역할을 한다, 부인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웠다’ 등 표현에 대해 “부부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고, 이 전 대표를 조종하고 이용했다는 인상을 준다”며 인격권 침해로 인한 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변씨는 2012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 전 대표 부부를 ‘종북주사파’로 지칭하고 이들이 ‘경기동부연합’의 소속이라는 글을 올렸다. 경기동부연합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연루자들이 속한 것으로 지목된 단체다. 이에 이 전 대표 부부는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1ㆍ2심은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 변씨가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파기)대 5(상고 기각) 의견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면서 “’극우’든 ‘극좌’든, ‘보수우익’이든 ‘종북’이나 ‘주사파’든 그 표현만을 들어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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