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 적용 여부 등 30개 분야 점검… 유은혜 “비교과 영역 폐지 가능성 검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에 대해서 교육부가 입시제도 실태조사에 나선다. 특목고, 자사고 등 특정 학교를 우대한 이른바 고교등급제가 적용됐는지, 기재 금지 사항을 제대로 걸러냈는지 등을 집중해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학종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명 자동봉진(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과 같은 비교과 영역 전면 폐지도 고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26일 학종 비율과 특목고, 자사고 학생 선발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대상 학교는 건국대, 광운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다.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등 서류와 면접을 통해 뽑는 학종 비율이 높다. 서울대는 2020학년도 총 모집인원의 79.6%를 학종으로 뽑는다. 고려대도 전체의 62.3%가 학종 선발 인원이다. 이들 대학은 특목고, 자사고 출신 비율도 높다. 서울대 신입생(2019학년도)의 41.3%, 고려대 신입생의 34.7%, 연세대 신입생의 34.2%, 성균관대 신입생의 32.4%는 특목고, 자사고 출신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금지돼 있는)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는지, 논문과 같은 기재 금지 사항을 평가에 포함시켰는지, 교수 자녀의 면접 과정에서 제척, 회피가 잘 적용됐는지 등 최근 4년간 입시 자료를 근거로 약 30개 분야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그러면서 “조사 과정에서 대입 기본사항이나 관계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특별감사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대학과 교육청 관계자, 시민감사관 등 25명 내외로 구성된 ‘학생부종합전형 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는 27일부터 시작해 10월 말까지 마무리하고 그 결과는 오는 11월 발표 예정인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토대로 활용한다.
교육부는 또 학종의 비교과 영역 전면 폐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와 교육부의 첫 연석회의, 교육부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잇따라 “학종에서 학생부 비교과 영역 폐지 등 가능한 모든 대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대입 자료로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모의 사회ㆍ경제적 지위에 따라 학생부 기재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율동아리, 봉사활동, 수상경력 등 비교과 영역의 학생부 기재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일각에선 비교과 영역이 전면 폐지되면 사실상 내신이 당락을 좌우하는 기존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라질 게 없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교과 지식 외에 다양한 비교과 영역을 통한 창의적 사고, 인성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학종이 도입 됐는데, 이를 폐지해 버리면 도입 취지 자체가 훼손된다”며 “비교과 영역 기재 방식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 대상 학교의 한 입학사정관은 “대학이 학생을 평가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교육부는 비교과 영역이 전면 폐지 되더라도 학생부의 교과별 세부특기사항, 담임교사의 종합특성란을 활용해서도 학생의 발전 가능성, 수업에 임하는 태도를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날 대입제도 개편 방안 중 하나로 정시 확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박 차관은 “교육부의 생각은 정시를 확대한다고 해서 대입의 공정성이 강화된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며 “대학에 2022학년도 입시에서 적어도 30% 이상의 정시 비율을 확보해달라고 했고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