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관계자’ ‘피의자’로 호칭… 나경원 등 20여명 한때 퇴장도
조국 법무부 장관의 26일 국회 대정부질문 데뷔전은 ‘조국 인사청문회 2라운드’를 방불케 했다. 여야의 거친 공방으로 고성과 야유가 난무했고, 조 장관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자유한국당은 시작부터 ‘조국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 ‘조국 사퇴’라고 적힌 손팻말을 올려 놓았다. 조 장관이 연단에 오르자 일제히 “범법자”, “이중인격자”라고 소리쳤다. 일부 의원들은 조 장관이 인사말을 이어가자 의자를 아예 180도 뒤로 돌려 앉았다.
본회의장은 첫 질의자로 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나오면서 곧바로 얼어붙었다. 원 의원이 조 장관을 부르자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20여명이 잠시 본회의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조 장관을 부를 때 ‘장관’이란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 ‘피의자’,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으로 부르며 장관 자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의원은 연단에 서자 장관이란 표현 대신 “법무부를 대표해서 나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이 질문 도중 “조 장관”이라고 부르자, 민주당 의원들은 소리 내 웃으며 권 의원의 실수를 부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권 의원의 질문 공세가 계속되자 “대정부질문다운 질문을 하라”며 야유를 보냈다. 한 의원은 “강원랜드”라고 소리치며 권 의원의 채용 청탁 의혹을 비꼬기도 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검사 팀장과 전화통화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조 장관이 “네. 있다”고 인정하면서 본회의장은 술렁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즉시 “왜 압력을 행사하느냐”고 고성을 내질렀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에게 “조 전 민정수석님은 무슨 염치로 국무위원석에 앉아있느냐”고 힐난했다.
호칭 문제로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조 장관을 향해 “법무부 관계자 나오세요”라고 하자 여당 의원들은 소리를 질렀고, 조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기 법무부 관계자가 어디 있습니까. 조 장관 나오세요”라고 지적했고, 조 장관은 그제서야 연단으로 나왔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에게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곽 의원은 질의 내내 “조국 피의자”라며 조 장관을 비꼬았다.
국회의장ㆍ부의장도 여야 간 공방전에 가세했다. 조 장관 임명에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한 한국당 소속 이주영 부의장은 “한국당이 긴급 의원총회 개최를 위해 정회를 요청했다”며 갑자기 정회를 선포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부의장의 일방적 정회 선언에 앞으로 뛰쳐나가 “이게 뭐 하시는 거냐”고 항의했다.
문 의장은 정회된 지 30분 뒤인 오후 5시 속개를 선언했다. 문 의장은 “의사일정은 의장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정회도 중요한 의사일정의 하나인데, 교섭단체 원내대표 합의 없이 진행된 사례가 생겼다”며 이 부의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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