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에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중학생이 장기 기증으로 7명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5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중학교 3학년 고 임헌태 군이 21일 심장, 폐, 간, 췌장, 신장(좌, 우) 등 장기를 7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26일 밝혔다.
가족들은 착하게 살아 온 임군이 마지막 가는 길도 좋은 일을 하고 갔으면 하는 바람에 장기를 기증하자는 결단을 내렸다. 처음에는 사고로 몸이 아픈 임군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는 것이 아닐까 고민했으나, 어린 나이에 떠나는 임군의 몸 일부라도 어딘가 다른 몸 속에서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가족은 밝혔다. 결국 임군은 세상을 떠나며 장기 기증으로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을 뿐 아니라 인체조직까지 기증해 적어도 수십명의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태어난 임군은 격투기 선수와 사범을 한 아버지를 닮아 농구,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도 잘 했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발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성적도 우수하고 리더십도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았다고 한다. 어른이 되면 검사가 되어 “나쁜 사람을 잡고 착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임군의 아버지는 “비록 중학교 3학년, 15살의 나이로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 보내야만 했지만,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 속에서 다시 살아 숨쉰다고 믿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중학생의 어린 나이에 가족과의 이별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며,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해주신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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