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내믹 코리아, 급변하는 세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하셨죠? 각종 이슈와 현안을 편지 형식으로 차분히 정리해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해 드릴 <이슈레터> 코너 연재를 시작합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노래방에서 지난 21일 오후 6시쯤 실제 벌어진 일입니다. 올해 14세, 2006년생 아이들 7명이 한 살 어린 2007년생 여학생을 때리고 괴롭혔습니다. 얼마나 맞은 건지, 열세 살짜리 여학생의 얼굴이 피범벅이 됐습니다. 이른바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은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로 퍼지면서 알려졌죠. 이에 공분한 사람들은 소년법 개정을 요구하며 “어리다고 봐줘선 안 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열네 살 언니들은 열세 살 동생을 왜 때렸을까요? 반말을 했다? 대들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 어떤 이유에서든 열네 살짜리 학생들이 저질렀다고 하기엔 믿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사건입니다. 경찰도 심상치 않은 여론을 의식했을까요?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지난 23일 가해학생 7명 전원을 일명 ‘소년 구치소’인 소년분류심사원으로 인계했어요.
갈수록 끔찍해지고, 가해 학생의 나이도 어려지는 청소년 범죄. 아이들을 걱정하는 어른들, 피해 청소년들의 가족은 입을 모아 ‘촉법소년’에게도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소년법을 고치자” 이런 청와대 국민청원은 사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답변 1호 청원이었습니다. 2017년 11월 청원자는 학교폭력, 성폭력 등 청소년범죄를 거론한 뒤 “어리고 힘 없는 피해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며 소년법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청와대도 응답했습니다. 답변자였던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소년이라도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고 그 청소년들을 엄벌하라는 국민의 요청은 정당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다만 “소년법에 있는 10가지 보호처분을 활성화, 실질화, 다양화하는 게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뒤로 변한 게 있을까요? 글쎄요. 이후로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청소년들의 잔혹한 학교 폭력, 괴롭힘 피해자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청소년 성폭력 사건에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어른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은 가해 청소년들. 이에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분노와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요. 소년법을 개정해 아이들에게 범행에 대한 책임을 묻자는 청원은 7번이나 나왔지만, 변한 건 무엇일까요?
소년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그것도 올해에만 4건이나 돼요. 하지만 처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반론도 거센 상황. 실제 법 개정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형사 처벌 대상 연령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이 쉽지는 않아 보여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범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보호와 교육 방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고요.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는 국민들의 외침만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네요.
☞여기서 잠깐, ‘촉법 소년’과 ‘소년법’이란?
촉법소년: 형사 책임 능력이 없어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는 ‘형사 미성년자’.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소년을 뜻한다.
소년법: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 법이다. 여기서 ‘소년’은 19세 미만인 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은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처리한다.
☞영상으로 보고 가는 ‘06년생 집단폭행’ 사건
이정은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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