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심장부엔 통치자가 통상 귀를 기울이는, 통치자가 아닌 이가 있다.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고 회의 때도 조용히 있지만 나라를 이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97세를 일기로 타계한 앤드루 마셜의 부고 기사에 이렇게 적었다. ‘제국의 전략가(The Last Warrior)’는 미국의 전설적 군사 전략가로 불린 마셜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2015년 93세의 나이로 은퇴할 때까지 그는 미 국방부 싱크탱크인 총괄평가국(ONA)의 수장으로 42년 동안 8명의 대통령, 13명의 국방장관에게 미국의 안보 전략을 설계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그를 스타워즈의 스승 ‘요다’에 비유했고, 소련에선 ‘펜타곤의 추기경’, 중국에선 ‘은둔의 제갈량’으로 통했다. 그는 냉전 시대 소련이 군사력에 과잉 투자하도록 유도해 소련 붕괴를 재촉했고, 냉전 이후엔 중국이 미국의 적수가 될 거라 봤고, 이슬람 테러세력의 등장도 예고했다. 60년에 걸친 미국의 외교 국방 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제국의 전략가
앤드루 크레피네비치, 배리 와츠 지음ㆍ이동훈 옮김
살림 발행ㆍ452쪽ㆍ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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