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기 위가 아니라, 바다 반대편 학교에 있어야 합니다. 당신들은 빈말로 내 어린 시절과 내 꿈을 앗아갔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앳된 얼굴의 한 소녀가 무대에 올라 세계 지도자들을 있는 힘껏 꾸짖었다. 목소리와 눈빛에선 결연함이 묻어났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6)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환경 보호를 촉구하는 10대 운동가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은 자폐 진단까지 받았던 아이가 어떤 이유로 세계가 주목하는 환경 운동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툰베리와 그의 가족들이 함께 기록한 책이다. 툰베리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건 수업시간에 해양 오염 문제를 다룬 한 편의 영화 때문이었다. 태평양 남쪽, 멕시코보다 더 큰 크기에 쓰레기더미가 섬을 이룬 채 떠다니는 장면에서 툰베리는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이후 그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툰베리의 분노는 늘 변명을 일삼는 어른들을 향해 있다. 기후 변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다. 항공사는 자동차 산업에 책임을 돌리고, 자동차 산업은 선박 사업이 더 문제라고 탓한다. 채식주의자가 된 것으로 충분하니 비행기 여행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말한다.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기보다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툰베리는 그 안일함과 타성이 미래 세대를 죽일 수 있다고 절규한다. “어른들은 저희보고 세상을 구할 거라고 칭찬하죠. 하지만 우리만의 힘으론 안 된다는 걸 알지 않나요.” 툰베리의 말대로 우리도 알고 있다. 온실가스가 거대한 오염층을 만들어 지구온난화를 앞당기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애써 모른 척할 뿐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그레타 툰베리 외 지음ㆍ고영아 옮김
책담 발행ㆍ320쪽ㆍ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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