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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하라, 시위 막아라… 미중 이번에는 법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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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하라, 시위 막아라… 미중 이번에는 법안 전쟁

입력
2019.09.26 16:11
수정
2019.09.26 23:4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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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가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눈까지 가려 ‘울트라맨’을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서 있다. 경찰의 감시 카메라에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다. 김광수 특파원
홍콩 시위대가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눈까지 가려 ‘울트라맨’을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서 있다. 경찰의 감시 카메라에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다. 김광수 특파원

무역 전쟁으로 격돌하던 미국과 중국이 홍콩 사태를 둘러싼 상반된 두 개의 법안을 놓고 다시 맞붙고 있다. 미 의회가 민주화 시위를 보장하는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자, 홍콩 정부는 시위 동력을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금지 법안’ 검토에 착수했다. 중국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고 미국을 비난하면서 홍콩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데 주력했다.

미 상ㆍ하원 외교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각각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심의해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법안은 매년 국무장관이 홍콩의 인권과 자치 상황을 평가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무역ㆍ금융ㆍ투자 등의 특별혜택을 재검토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중국과 홍콩 관리들의 미국 비자발급을 금지하고 자산도 동결할 수 있다. 미국이 홍콩을 지렛대로 중국을 다양하게 압박할 수 있는 만능 카드인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콜럼버스 데이(10월 14일) 연휴 직후에 본회의 표결을 거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법안 제정까지 불과 20일가량 남았다는 것이다.

다급해진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겅 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공공연하게 홍콩의 급진 세력과 폭력배를 부추길 뿐”이라며 “강력히 분개하면서 결연하게 반대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 의회의 법안 통과는 홍콩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어 중국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까지 해치게 될 것”이라면서 “외국 정부나 세력의 그 어떠한 개입도 우리의 강력한 반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정부는 아예 ‘맞불 법안’으로 차단막을 쳤다. 테리사 청 법무장관은 “지난 수개월간 마스크를 쓴 검은 복장의 폭도들이 도시를 혼란에 빠뜨렸다”며 “폭력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공공집회 참가자들의 마스크 착용 금지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과 캐나다는 이미 같은 법을 시행 중이고, 지난해 말부터 반정부 시위를 겪은 프랑스 정부는 올해 들어 시위자들이 얼굴을 가리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가세했다. 또 “이미 많은 시민이 법치를 지키기 위해 조속한 법안 제정을 요구하며 탄원서를 냈다”고 여론전을 폈다.

이 법안은 지난달 초 일부 친중국 성향 입법의원(우리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려다 시위가 격해지면서 접었던 것이다. 다만 정부가 총대를 매 법안을 제출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70명의 홍콩 입법의원 가운데 50명가량이 친중파로 분류돼 입법회 의석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으르렁대는 사이 홍콩 시위대는 중국 건국 70주년인 10월 1일을 ‘애도의 날’로 규정하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웡 익모(黃弈武) 민간인권전선 부의장은 “지난 7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국가에 의해 희생되고 탄압받고 살해됐다”면서 “국경절은 국가의 경사가 아니라 애도의 날로 부르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26일 완차이 지역 퀸엘리자베스 경기장에서 ‘시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했다. 시민들의 말을 경청하겠다며 람 장관이 약속했던 행사로 이날이 그 첫 번째 자리다. SCMP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 자리에서 송환법 공식 철회는 물론 시민과의 대화, 경찰의 진압 과정 조사, 홍콩 사회의 뿌리깊은 원인 조사 등 4가지 대책을 내놓았으나 반응은 싸늘했다. 한 시민은 “당신이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실제로 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람 장관에 대한 불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른 참석자도 람 장관이 진짜 대중이 아닌 부자와 권력자들만 챙기고 있다며 람 장관을 비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청자 2만237명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정된 150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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