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논란과 관련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26일 총회에서 사실상 세습을 인정하기로 최종 결론지었다. 예장 통합은 이날 ‘세습은 교단 헌법 위반’이라는 총회 재판국의 최근 판결을 명성교회가 수용하되 세습인 김하나 목사의 청빙을 2021년 1월 이후 가능토록 하는 사태 수습안을 표결에 부쳐 76.4%의 찬성으로 승인했다. 김 목사의 현재 명성교회 활동은 세습으로 불가하지만 1년여 뒤부터는 합법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국내 대표적 개신교 교단 중 하나인 예장 통합에서 교인 수가 최대 규모인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2년 전 불거졌다. 2015년 말 김삼환 담임목사가 정년 퇴임하고 1년여 뒤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데려오는 세습이 진행되자 이에 반발한 일부 교인들이 교단 재판국에 청빙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국은 합법 판정을 내렸지만 반발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2018년 총회의 재심 결정으로 지난달 재판국이 새로 위법 결정을 했는데 한 달여 만에 총회가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다.
국내 대형 교회의 세습이 개신교 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탄까지 받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예장 통합은 이런 세습 문제의 폐단을 막겠다고 일찌감치 교단법으로 ‘해당 교회에서 사임 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장로)의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담임목사(장로)로 청빙할 수 없다’는 세습 방지 규정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한 것은 물론, 은퇴하고 5년이 지나면 담임목사나 장로 세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교단법 개정을 1년 연구기간을 거쳐 사실상 허용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형 교회가 즐비한 국내 개신교는 끊임없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성폭력으로 재판을 받는 목사가 한둘이 아니고, 재산을 탐하다 구설에 오르는 목사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하나님의 말씀을 좇는 신앙으로 일관해야 할 교회가 너도나도 담임목사직을 대물림하는 것을 두고 교회 안팎에서 혀를 찬 지 오래다. 개신교 교인 수는 2010년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타락이라 불러도 좋을 대형 교회의 세습이 이런 추세를 부추기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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