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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회담선 말 없더니… 트럼프ㆍ아베는 ‘한미일 안보협력’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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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회담선 말 없더니… 트럼프ㆍ아베는 ‘한미일 안보협력’ 언급

입력
2019.09.26 15:29
수정
2019.09.26 20: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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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ㆍ징용문제 논의한 듯… 아베 “지소미아 일방 종료 유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개최중인 미국 뉴욕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개최중인 미국 뉴욕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미 뉴욕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간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백악관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구체적인 양국 정상 간 대화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3자 안보협력’을 강조한 만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이슈, 나아가 한일 갈등 국면에 대한 의견들이 화제에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앞서 2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지소미아 등 한일 관계 이슈는 논의되지 않았다. 예정됐던 45분을 훌쩍 넘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국무부 등을 통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거듭 우려와 실망을 드러내온 트럼프 대통령이 3자 안보협력을 강조하면서 간접적으로 한국을 향해 지소미아 원상 복귀 압박을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26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 악화의 배경이 된 징용 피해자 소송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징용 소송에 따른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책임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대화도 나눴을 것이라는 추정도 언급했다. 일본 총리관저는 관련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라며 “이에 아베 총리가 일본의 기본적인 입장을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정부도 두 정상이 한일 관계에 대해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본 후지TV는 26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북한이 믿지 못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후지TV에 따르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한국과 잘 안 되는 것 같은데”라고 운을 뗀 후, 아베 총리의 말을 듣고 나서 “문 대통령은 북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다”는 등 발언을 했다.

두 정상은 이 밖에 북한과 중동문제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백악관은 "두 지도자는 이란과 북한과 관련한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양자 간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게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은 북핵과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정상 회담 후 아베 총리는 유엔 총회 일반 토의에 참석해 “한일 관계가 안보 분야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유엔 무대를 한국에 대한 비난의 기회로 삼았다. 아베 총리는 2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일방적으로 (종료가) 통보돼 매우 유감”이라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약 2분 38초에 걸쳐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줄곧 한국을 비판했다. 그는 한일관계 악화에 대해 질문한 이탈리아 통신사 기자에게 “우선 확실히 말하고 싶은 건 수출관리 문제와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는 완전히 별개”라 말했다. 이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국과 사이에는 전후 처리의 근본을 정한 일한청구권협정 위반 상태를 한국이 방치하는 등 나라와 나라 사이 신뢰 관계를 해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국을 몰아세웠다.

한편 두 정상은 70억달러 규모의 미국 농산물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는 내용의 1단계 무역 협정에 서명했다. 양국의 또 다른 쟁점인 자동차 관세 부분은 이번 협정에 포함되지 않아 추후 협상 과제로 남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서명식을 갖고 “일본과의 새로운 협정의 첫 단계를 공식 발표하게 돼 영광”이라며 “일본은 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농산물에 대해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쇠고기, 돼지고기, 밀, 치즈, 옥수수, 와인 등에 대한 일본의 관세는 아주 낮아지거나 철폐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 농민과 목장주들에게 큰 승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400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무역에 대해서 약속했다”며 “이는 최첨단 제품과 서비스의 교역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은 최종적이고 포괄적인 협정을 이루기 위해 남아 있는 영역에 대한 협상을 계속할 것”이고, “가까운 시일에 일본과 보다 포괄적인 합의문에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에 따르면 총 29억달러 규모의 쇠고기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가 인하되고 아몬드, 호두, 블루베리 등 13억 달러어치 농산물에 즉각 관세가 없어진다. 와인, 치즈 등 30억 달러어치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된다. 양국은 e북, 비디오,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400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부과를 금지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시장을 잃는 데 대해 불평하고 있는 미국 농민들의 비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합의가 미국이 일본의 자동차 수입품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완화한 뒤에 나오게 됐다”면서도 “미국이 일본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어떤 제안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일본은 그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자국을 제외시킬 것을 요구해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일본이 자동차 관세를 논의하고 싶어 한 것은 사실이나 이번 협정에 포함된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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