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로 갈라지고 찢겨진 우리 사회
중도의 조정ᆞ대안 ‘범퍼’ 역할마저 적대
중도의 마음 잃으면 정권 미래 장담못해
자리에 앉으면 이 말부터 꺼내는 요즘이다. “조국 이야기는 하지 말자.” 쓴웃음이 나오는, 그러나 진심을 담은 저 전제에 서로 “그래” 하고 나서야 대화는 시작된다. 그 자리의 끝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표현은 달라도 이런 취지의 말도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다. “나라가 걱정이야.” 그러다 보면 “그냥 웃자”며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복(福)을 타고났어.”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선택한 지 50일, 우리 사회는 참혹할 정도로 찢어졌다. 조국의 ‘조’ 자를 먼저 꺼내기가 조심스러울 지경이다. 보수나 진보, 지지 정당별로 나뉘는 거야 예상했던 바다. 여기에 ‘그래도 지지’와 ‘지지 철회’가 분화하고, 검찰 수사 지지와 비판이 갈리더니, 이제는 ‘조국 수호’와 ‘조국 사퇴’가 격렬히 대립한다. 곳곳이 내 편 아니면 적뿐인 전선이다.
사회 대립의 충격을 덜어줄 ‘범퍼’(완충재)가 부서지고 있다. 상대가 쓰러져야 끝나는 사생결단의 승부만 남았다. 조 장관 임명 전 합리적 의견이 없지 않았다. 정권이 낭패 보기 전에, 내년 총선 등 정치적 미래를 위해, 검찰 개혁을 위해, 야당 공세에 밀리는 게 싫어도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가 출구임을 전했다. 안 그러면 중도(中道) 촛불 민심이 떠날 것임을 알렸다. 하지만 귀를 막았다.
지금은 어떤가. 시기를 놓쳐 고통이 더 커지겠지만 이제라도 결단해야 한다는 의견은 여전하다. 그런 목소리들이 왜 분출할까. 50일 동안 ‘조국’으로 인해 찢기고, 갈라지고, 충돌하는 이 사회가 걱정되어서다. 그 후유증이 겁나서다. 오죽하면 “국민이 나라 걱정하는 나라”라는 말이 나오겠나. 우리 사회의 전환적 변곡점이 될 거라는 의미 부여도 있지만 그건 차후 찬찬히 되짚어볼 문제다.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조국의 검찰 개혁은 어렵다. 장관 취임 20일이 지났으나 그의 개혁 행보에는 불신과 냉소만 뒤따른다. 검찰 내부는 물론 여론의 시선도 따갑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 개혁 법안 처리도 쉽지 않다. 민정수석 시절엔 관심을 두지 않다가 가족 수사와 장관 취임 후 개혁 차원의 검찰 직접수사 축소를 지시하는 식이니, 영(令)이 서겠나.
여러 여론조사 결과는 중도 민심이 문재인 정권을 떠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들이 누구인가. 내년 총선의 승패를 가를 유권자들이다. 그들은 조 장관이 불법 여부 이전에 가족과 펀드 문제, 자신의 ‘내로남불’식 언행 불일치에 책임을 지는게 맞는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적인가? 안타깝게도 그들의 저 입장에 정권 핵심 지지 세력은 무차별 융단폭격을 가한다. 슬픈 일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문재인 정부의 앞날은 어둡다. 합리와 이성을 중시하며, 존중과 배려를 통해 공존을 모색하는 ‘범퍼’가 뜯겨 나가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하다. 중도 민심을 잡지 않고서 어떻게 입법 권력을 쥐며, 어떻게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까. 중도 합리의 입을 우격다짐으로 틀어막고 배척하며 자기 주장만 옳다 고집하면서 어떻게 민주주의 원리를 거론하나.
정치와 언론의 책임이 크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여야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은 채 사사건건 충돌해 왔고, 언론은 수사 국면에서 과거처럼 확인 안 된(못한) 의혹을 사실인양 몰아가고 있다. 정치든 언론이든 주장과 추측을 교묘히 꿰맞춰 전파하는 데만 열중하니 커지는 건 확증 편향뿐이다.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믿고 안 믿고의 기준은 이미 단단하게 서 있다. 이게 정상인가.
모두 평정심을 회복해야 한다. 조 장관 관련 의혹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누구의 유불리로 작용할지, 검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사이, 사회 갈등의 충격을 완화하고 조정해 합리적 조정과 중재를 끌어내는 중도의 마음을 회복하고 그 체력을 복원해야 한다. 그 물꼬를 트는 책임은 역시 전 국민의 리더인 문 대통령의 몫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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