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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거기야] 영화 '엑시트' 촬영 중랑스포츠클라이밍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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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거기야] 영화 '엑시트' 촬영 중랑스포츠클라이밍경기장

입력
2019.09.27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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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스포츠클라이밍경기장 전경. 서재훈 기자
중랑스포츠클라이밍경기장 전경. 서재훈 기자

7월말 개봉해 최근 관객 941만명을 찍고 1,000만 관객 고지로 질주 중인 영화 ‘엑시트’. 대학 산악부에서 동아리 생활을 함께한 주인공 용남(이정석)과 의주(윤아)는 정체 모를 유독가스가 도심에 급속하게 퍼지자 클라이밍 기술을 활용해 가족과 시민들을 옥상으로 이동시켜 구조해 낸다는 게 주요 줄거리다. 재난영화지만 곳곳에 코믹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시킨 이 영화는 “왜 이 동네는 옥상문은 다 잠가두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대형 화재나 가스 테러 시 건물 옥상문 폐쇄에 따른 안전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켰다.

이 영화에선 시작 이후 10분쯤 남녀 주인공이 대학 시절 클라이밍 경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1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전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복선이다. 영화 속에서 스포츠클라이밍 주인공들이 보여 준 종목은 리드클라이밍이다. 리드 클라이밍은 안전 벨트와 암벽화, 밧줄 등의 장비를 갖추고 4~7분 사이에 올라간 높이로 승부를 겨루는 종목이다.

이 장면이 촬영된 곳은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자리잡은 중랑스포츠클라이밍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은 2015년 5월 시비 10억원이 투입돼 4개월간 공사를 거쳐 그 해 10월 완공됐다.

24일 서울 중랑구 중랑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24일 서울 중랑구 중랑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총 2층이며 연면적은 36만㎥이다. 인공 암벽은 폭 30m, 높이 17.3m다. 실내에는 3~5m 높이 암벽이 또 있다. 관리 주체는 중랑구청으로, 실제 운영은 서울시산악인연맹이 맡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중랑스포츠클라이밍경기장을 찾았을 땐 스피드클라이밍 선수 10명이 다음달 열릴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 대비,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인공 합판이나 건물 벽면에 구멍을 뚫거나 인공 손잡이를 붙여서 만든 인공 암벽을 기어오르는 레저 스포츠다. 스피드클라이밍, 리드클라이밍, 볼더링 종목이 있다. ‘클라이밍 여제’로 불리는 김자인 선수도 이 곳에서 연습을 자주 했다고 한다.

건물 외벽의 구조물을 활용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건 정말 가능할까. 외벽 관리인인 서울시산악인연맹 소속 김태인 선수는 “위급한 상황이면 숙련자들이 시도할 수 있겠지만 꺼칠한 소재의 물질이 발라져 있는 홀더와 달라서 엄청 미끄럽고 전광판 같은 경우는 사람 무게를 이기지 못 해 무너진다”며 “영화적 상상에 가깝다”고 말했다.

경기장 오른쪽에 자리한 ‘용마인공폭포’도 볼거리다. 국내 인공 폭포로는 최대 규모로, 5~8월 하루 네 차례 운영한다. 예전 채석장으로 이용됐지만, 사용이 중단된 이후 1997년 인공폭포로 탈바꿈했다. 올해 ‘서울시 좋은 빛’ 상을 수상할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폭포 가동 기간엔 이웃 주민들과 클라이밍 선수,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가을에는 용마폭포 축제도 열린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문객들 사이에선 호평이 나올 만큼, 명소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단 평가다. 중랑구에 따르면 연간 이용자는 1만2,000~1만3,000명이다.

중랑구는 훌륭한 시설을 관 내 두고도 활용률이 낮자 지난해 ‘제1회 중랑스포츠클라이밍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구의 랜드마크로 다듬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진분 중랑구 언론팀장은 “시민들이 찾기 쉬운 곳에 훌륭한 체육 시설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폭포가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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