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기자간담회
“전략 재편해 2022년 허가 신청 도전”
“이번 임상시험을 실패로 보진 않는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약물의 효과를 지금까지보다 더 큰 규모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미완의 성공’이다.”
자체 개발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후보물질 ‘엔젠시스’로 미국에서 진행하던 대규모 임상시험을 데이터 오류로 중단한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의 김선영 대표가 이번 임상시험에 대해 이 같이 자평했다.
김 대표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설명과 함께 “후속 임상시험을 6개월 이내에 시작하고 2022년 미국에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10~15개월 늦어지는 일정인데, 지연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리나 손의 근육에 주사하는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는 혈관을 새로 만들거나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고, 통증과 근육 위축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능을 목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다. 미국에서 임상시험 2상까지 진행하고 이 같은 효과를 확인한 헬릭스미스는 허가 전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에 진입하며 기대를 모았다. 당초 이번 주 임상 3상의 일부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데이터에서 오류가 발견돼 결과 발표가 연기됐다.
헬릭스미스 측은 일부 환자에게 가짜 약인 위약(僞藥·Placebo)과 엔젠시스가 뒤바뀌어 투여되어 데이터 오류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임상시험용 엔젠시스는 영국에서 공급된 원료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제조사가 완제품을 만들어 현지 공인기관에 보관한다. 이후 일종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배정한 순서대로 공인기관이 위약과 엔젠시스를 병원에 보내면 의료진이 환자에게 일정 간격으로 주사하고 혈액을 채취해 반응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졌다. 환자는 물론 의료진이나 임상시험 관계자들도 최종 데이터가 공개되기 전까진 어떤 약이 투여됐는지 모른다.
김 대표는 “약물 제조부터 혈액 분석까지 단계별로 정밀조사를 시작했다”며 “수주 지나면 어디서 잘못됐는지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명백한 오류로 확인된 걸 제외하고 유의미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통증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재생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김 대표는 주장했다. 이에 헬릭스미스는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임상시험 전략을 다시 짰다. 김 대표는 이번 임상 3상 오류를 통해 “임상시험 환자 수백명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처럼 150~200명 정도로 환자 규모를 줄이되 약물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을 달리 설정한 2, 3가지 임상시험을 각각 진행하는 기법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 3상 결과를 보고 시작하려 했던 루게릭병과 샤르코마리투스병에 대한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FDA가 허가한 치료제가 단 2종밖에 없는 루게릭병과 치료가 어려운 희귀병으로 꼽히는 샤르코마리투스병에 대해서도 엔젠시스의 효과를 증명하면 향후 허가 절차나 약가 협상 과정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게 헬릭스미스 측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자사의 임상 3상 중단 때문에 국내 바이오업계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업계 리더 중 한 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이 3상에 들어가도 40% 이상 실패한다”고 호소했다. “더 많은 실패가 기다리고 있고 모두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데, 실패를 매질하기 시작하면 후발 기업들의 도전 자체가 거꾸러질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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