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에선 항암효과, 하지만 인체 대상 임상은 전혀 없어
암 완치 사례자 다른 임상에도 참가해 구충제 효과인지 확인 안 돼
개 구충제를 먹고 말기암이 완치됐다는 주장이 퍼지면서 구충제 품귀현상까지 빚어지자 전문가는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신현영 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6일 오전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펜벤다졸(fenbendazole) 성분의 개 구충제와 관련한 인체 임상실험 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몇몇 사례로 일반화 시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펜벤다졸이라는 성분이 2008년부터 논문 서치를 해보면 여러 가지 세포실험이나 쥐, 이런 동물실험의 대상으로는 항암효과가 보고된 바가 여러 차례 있다”면서도 “아쉬운 것은 아직 사람에 대한 검증된 임상실험이 전혀 없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 성분이 사람에 미치는 안전성이나 유효성 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항암제가 개발이 되기에는 수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임상실험도 1상 2상 3상 이런 것들을 하면서 정말 정상인 사람한테도 해가 없는가, 이런 암 환자들 대상으로도 효과가 얼마나 있느냐, 기존의 약과 (비교해) 얼마나 우월한 효과를 갖고 있느냐. 이런 데이터들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표준요법으로 ‘얼마 기간으로 몇 mg의 용량을 먹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이런 것들이 검증돼야 하는데 아직 ‘이런 표준치료용법으로 우리가 확인할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식약처에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간독성이나 여러 가지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복용하지 말라는 명확한 지침을 최근에 낸 바 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개 구충제를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앞서 지난 4일 해외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TV’에 ‘말기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관해, 암환자는 꼭 보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에 사는 60대 남성 조 티펜스 이야기가 담겼다. 2016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티펜스는 한 수의사에게서 개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티펜스가 수의사 말대로 펜벤다졸을 복용했더니 3개월 뒤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영상은 26일 현재 조회수 190만회가 넘었다. 댓글도 4,000개 이상이 달렸다.
신 교수는 이 영상에 대해 “이분이 폐암 진단을 받고 암 치료로 유명한 MD앤더슨 병원에서 항암이나 방사선치료를 했는데도 전신 전이로 3개월 시한부를 받았다고 한다”며 “그런데 이분이 실제로는 신약과 관련된 임상실험도 참여하면서 비타민E, 커큐민 이런 성분과 같이 펜벤다졸이라는 기생충 약을 복용했다. 모 수의사의 권유로 인해서 이것을 하루에 222mg, 3일 연속 복용하고, 4일 쉬고. 이런 방식으로 3개월 동안 반복했더니 전신 CT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거다. 이런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튜브에서 확산되고, 이러면서 여러 ‘나도 효과를 봤다’ 하는 40여 케이스가 제보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펜벤다졸이 완치를 했다’라는 것은 너무 과장된 이야기일 수 있다”며 “여러 신약 참여부터 해서 다양한 성분을 드셨기 때문에 어떤 게 어떤 효과를 줬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확인되지 않은 의학 정보들이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현상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게 SNS의 한계인 것 같다”며 “많은 건강 의학상식들이 일반 사람들부터 해서 다양한 사람들한테서 제조되고 확산되다 보니까 정말 정보의 정확성이 있느냐, 신뢰성이 있느냐 이런 것들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우리 지금 시스템에서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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