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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회담 결과에 침묵… 외교가 “나쁘진 않다고 판단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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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회담 결과에 침묵… 외교가 “나쁘진 않다고 판단한 듯”

입력
2019.09.26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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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체제 안전보장’ 메시지, 북한에는 좋은 소식” 긍정 평가

“제재완화 북미 입장차 여전해 긍정 해석은 지나친 낙관론” 지적도

북한 유엔대표부 관계자가 24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유엔대표부 관계자가 24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25일 대(對)북 무력 불사용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일절 반응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반응’ 기조에 대해 “북한이 회담 결과를 긍정적이거나, 혹은 적어도 나쁘진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노동신문ㆍ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공식 매체들은 한미 정상회담 관련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날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지켜보며 남북관계에 대응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기조에 대해 “황당한 소리”, “외세굴종적”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이어갔지만, 이는 ‘미국이 보다 유연한 태도로 협상에 임하도록 남한 정부가 애써달라’는 취지의 요구로 해석됐다.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섣부르게 판단하긴 어렵지만,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침묵이 ‘한미 정상의 메시지가 그리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골자로 한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정신이 유효하며 △북한에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간 북한이 주장해온 체제 안전보장 의제와 관련해 ‘총론’ 수준에서 화답한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북한에선 긍정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대진대 교수)도 “세부 내용은 없더라도 실무협상 직전 ‘비핵화가 될 때까진 체제 안전을 보장해주고, 위협하지 않겠다’는 한미 정상의 공동 메시지가 나온 것은 북한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새로운 방법’ 관련 언급은 없었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임을 시사하는 구체적인 발언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가져오라고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경기침체 우려로 재선에 빨간불이 켜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 비핵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을 북한도 아는데, 굳이 (유화적인 카드를 꺼내 보이며) 이를 내색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과 북한 모두 실무협상을 앞두고 협상력 강화를 위해 강경한 입장을 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반론도 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결국 핵심은 제재완화인데, 이번 회담에서 단계적 합의ㆍ단계적 이행을 주장하는 북한과 포괄적 합의ㆍ단계적 이행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 차이가 좁혀졌다고 볼만한 것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냉정한 발언 태도를 볼 때 북한이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라고 전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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