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제인회의 공동성명 발표
수출 규제 강화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거듭된 대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던 일본 정부에게 일본 재계가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과 일본의 주요 기업인들은 “경제교류는 계속 돼야 한다”며 “한일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 기자회견에서 사사키 미키오(佐佐木幹夫) 일한경제협회장은 “한국과 일본은 서로 외면할 게 아니라 대화를 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에 공동성명 내용 등을 설명하고 양국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도 “회의 내내 한국과 일본은 이웃이란 말이 가장 많이 나왔다”며 “이웃과 문제가 생겼다고 이사 갈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ㆍ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지만 양국이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한일경제인회의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그동안 양국이 쌓아온 호혜적 경제관계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며 “정치ㆍ외교 관계가 양국 기업 협력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제3국에서의 한일 협업 지속 추진 △양국의 고용문제, 인재개발 등에 관한 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 △경제 인재 문화 교류 지속 확대 △지방교류 활성화 등 우호적 인프라 재구축 △도쿄 올림픽 성공을 위한 협력 등 5개 과제 협력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이후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혀온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대화에 응하지 않자 지난 1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제소한 상태다.
일본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부품 수출 규제와 관련해 사사키 회장은 “한국 고객에게 절대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일본 기업도 노력하고 있다”며 “계약 조건에 따라 납기대로 공급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이 750만명에 달하지만 최근 불매운동으로 그 숫자가 상당히 급감했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고령화, 인구감소, 부족한 자원 등 양국은 굉장히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다”며 “두 나라가 협력한다면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험난한 세계 시장에서도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경제인회의는 1969년 첫 회의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매년 열린 민관합동회의다. 올해는 당초 지난 5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양국 관계 악화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50년 만에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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