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보는 부동산 시장
다음달부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예고에 서울 집값이 술렁이고 있다. 집값 억제라는 목적과 달리 오히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값이 12주 연속 오르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연 서울의 집값은 일각의 우려처럼 치솟고 있는 건지, 당장 다음달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는 건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분양가상한제로 집값 급등?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여파로 11월 중순부터 하락세로 접어든 서울 아파트 값은 올 7월 초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이달 셋째 주 0.03% 상승률(한국감정원 기준)을 기록하며 12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개를 드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확대 카드를 꺼낸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이 오히려 집값을 더 띄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집값이 본격 상승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12주간 집값이 플러스 상승률을 보이고는 있지만, 지난해 부동산 과열 시기와 비교하면 ‘급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값은 전년보다 7.93% 올랐다. 가장 상승폭이 높았던 작년 9월에는 전월 대비 1.84% 올랐는데, 한 주 평균 0.4~0.5%씩 오른 셈이다. 이는 최근 0.02~0.03% 수준인 주간 상승세의 10배를 넘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최근 주간 상승세가 1년간 이어져도 1.5% 전후에 그친다”며 “이는 2% 안팎인 요즘 경제성장률보다도 낮아 집값 상승세가 과도하다고 해석하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남권 신축 아파트 가운데 3.3㎡당 1억원에 근접하는 단지가 나오고,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시장 전반의 현상으로 일반화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학과 교수는 “정부 규제가 잇따르면서 향후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불안감에 강남, 마용성 등 일부 지역에서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거란 우려 역시 통계상으로는 증명되지 않은 ‘시장의 불안감’일 뿐이란 지적이다. 앞서 2007~2015년 사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던 시기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를 제외하고는 인허가 물량에 큰 차이가 없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오히려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분양물량이 줄었는데, 이는 상한제와 분양물량에 큰 상관관계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분양가상한제 실제 적용은 언제쯤?
또 하나의 관심은 정부가 언제, 어디에 분양가상한제를 실제 적용할 지다. 지난 23일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의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나면서 대략 10월 중순 이후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내달부터 상한제를 적용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잇따라 제도 시행에 대한 신중론을 밝히는 등 정부 내에서도 온도차가 확연한 만큼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덕례 실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건설, 이사, 중개 등 각종 관련산업이 타격을 받게 되는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중 상한제 관련 4,949건의 의견이 쏟아졌고,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의 거센 공세가 예상되는 점도 당분간 제도 시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최근 통계에서 재건축 집값 하락세가 3주만에 멈추고 상승 전환한 것도, 분양가상한제 연기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란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제도 시행이 늦춰질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심리에 직접 영향권에 있던 재건축 아파트 하락세가 그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집값 안정’이란 명분 하에 꺼내든 규제 카드를 정부 스스로 접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무주택자들의 지지를 고려해 내년 총선 전에는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며 “겨울 이사철을 앞둔 12월과 내년 1월쯤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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