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시장이 25일 주요 코인 가격이 10~20%가량 폭락하는 ‘검은 수요일’을 맞았다. 국제회계기구가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을 내린 게 주요인으로 추정된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2.5% 떨어진 1,016만1,000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3~4시를 기점으로 수직 낙하하며 한때 970만원선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대장코인’ 비트코인의 급락 여파로 다른 주요 암호화폐들의 가격이 고꾸라졌다. 이오스는 22%가량 하락했고 이더리움(-14.85%)과 리플(-10.31%)도 10% 이상 떨어졌다.
이날 급락은 국제회계기구가 암호화폐가 금융자산이 아니라고 규정했다는 소식이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전해진 여파로 추정된다. 지난 6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는 “암호화폐는 물리적 실체가 없는 비화폐성 무형자산이며, 기업회계에서 금융자산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기업이 암호화폐를 보유할 경우 회계장부에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가 불분명했는데, 국제회계기준을 만드는 IASB가 지침을 내린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암호화폐에 관해 정립된 첫 국제회계기준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IASB의 결정에 대해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 7월, 금감원은 이달 초에 각각 관련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시한 바 있어 시장 반응은 뒤늦은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가격과 IASB의 해석이 직접 연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금감원 관계자)는 지적 한편으로, 일부 시장 참여자가 대규모 물량을 한번에 매도하며 가격 폭락을 부추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6월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의 내년 출시 계획을 공개하자 훈풍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우리 정부도 암호화폐의 제도권 내 편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암호화폐를 제도화하면 투기 열풍 재발과 자금세탁 문제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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