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인들이 양국 정부에 다시 한 번 정치ㆍ외교관계 복원을 촉구했다. 24~25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를 통해서다. 회의는 국교정상화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려왔으나, 올해는 양국 갈등 여파로 정상 일정이 연기됐다가 이번에 가까스로 열렸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과 사사키 미키오(佐佐木幹夫) 일한경제협회 회장(미쓰비시상사 전 회장)을 비롯한 양국 경제인 300여명이 참가한 이번 회의에서는 ‘감정의 응어리를 뛰어넘는 양국 정부의 현실적 협력’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양국 갈등에 대한 경제인들의 시각은 대체로 일치했다. 첫날 기조연설에서 갈등의 배경을 ‘감정의 응어리’라고 짚어낸 손경식 경총 회장은 “양국 기업 간 협력이 줄어들면 투자와 고용, 기업 수익성 감소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리야마 토모유키 한국미쓰이물산 대표는 “(국가 관계에서) 정경분리는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며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부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 간 갈등을 기업 간 협력으로 풀어내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우광 ㈜농심 사외이사는 “두 나라는 기업문화, 기술 및 경영관리 수준, 컴플라이언스 등에서 유사성이 많아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이 높다”며 “베트남 등 제3국 진출에서 협력 기회를 찾자”고 주장했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 역시 제3국에서의 양국 간 서플라이체인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은 양국 기업 간 인턴십 프로그램 확대 등 적극적 인력 교류를 제안하기도 했다.
문제는 경제인들의 절박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부가 여전히 상황 타개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당장 유엔총회에서의 한일 정상회담이 끝내 무산됨에 따라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신임 일본 외무장관과의 첫 회담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게 됐다. 다만 일왕 즉위식 특사 파견 등 우호적 현안이 논의되는 만큼, 양국 정부는 경제인들의 호소대로 정치ㆍ외교갈등 해소를 위해 현실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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