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명의 역대 미국 대통령 중 탄핵사유 조사를 포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연방의회의 탄핵 절차에 오른 이는 3명이다. 1868년 17대 대통령 앤드루 존슨(민주당)과 1998년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민주당)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탄핵안)이 가결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되며 가까스로 탄핵을 모면했다. 1973년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공화당)은 상ㆍ하원 탄핵안 투표를 앞두고 먼저 사임했다. 미국 대통령 15명 중 1명 꼴로 의회의 탄핵 대상이 됐던 셈이다.
탄핵 절차를 촉발한 사건도 불법적 장관 인사, 야당 도청, 인턴 직원과의 성추문 등 각양각색이다. 타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비위 관련 요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4번째 탄핵 대상이자, 사상 첫 ‘탄핵 미국 대통령’ 후보에 오르게 된 셈이다.
1865년 암살당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존슨은 취임 초부터 공화당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의회는 존슨이 1867년 에드윈 스탠턴 전쟁장관을 해임하고 로렌조 토머스 장군을 임명하자, 이를 빌미로 관직보유법(Tenure of office act) 위반 혐의를 걸어 이듬해 하원에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두 달간의 심리를 거쳐 5월 16일 열린 상원 표결에서 탄핵안은 가결정족수(3분2의)에 필요한 단 1표를 채우지 못하고 부결됐다.
닉슨의 최대 혐의는 미 역사상 최악의 정치 스캔들로 불리는 ‘워터게이트 사건’이었다. 1972년 6월 닉슨 진영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 내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잠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 했다는 사실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알려졌다. 하원의 탄핵 사유 조사 결과 그는 1974년 7월 사법방해와 권한남용, 의회모욕 3개 혐의를 적용받았다. 결정적 증거인 백악관 집무실 녹취록까지 공개되며 상ㆍ하원에서의 탄핵안 가결이 확실시되자 8월 9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 이전 가장 최근 사례는 클린턴이다. 아칸소 주지사 시절 함께 일한 폴라 존스의 성희롱 소송과 더불어 백악관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하원은 1998년 10월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클린턴은 각종 성추문을 완강하게 부인하다 각종 증거물이 나오자 같은 해 1월 대배심 증언에서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했다고 인정했다. 사법방해와 위증을 혐의로 건 탄핵안은 그해 12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이듬해 1월 상원에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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