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76개역 406개 점포 운영 맡은 GS리테일 재계약 포기
입점 때 기대했던 ‘5년 연장’ 불발… 내달 일터를 제손으로 철거할 판
교통공사, 통째로 임대 방침 고수… 점주들 “편의 위한 계약에 피눈물”
“2년 8개월간 하루도 안 쉬고 새벽 5시에 나와서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는데, 갑자기 나가라니요."
서울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내 상가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이향실(57)씨.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다음 달 24일까지 가게를 빼라는 얘기였다. 당장 가게를 비워야 하는 건 이씨의 빵집만은 아니다. 이씨 가게를 비롯, 지하철 6,7호선 내 점포 406곳이 그렇다. 지하철 상가를 운영하는 GS리테일과 서울교통공사(교통공사)와의 계약이 다음 달 만료되기 때문이다.
GS리테일과 교통공사는 2013년 10월 지하철 6,7호선 76개역에 있는 총 2만115㎡의 유휴공간을 상업·휴게 공간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GS리테일은 2014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406개 점포에 대해 세를 내줬다.
GS리테일은 이 프로젝트에 940억원을 투자한 만큼 기본 5년 계약에 추가 5년을 연장할 수 있는 내용의 계약을 교통공사와 맺었다. 부지 확보, 공사, 관리 등에 기본적인 투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장기 계약을 맺을 수록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GS리테일과 계약을 맺은 대부분의 상인들도 5년 기본에 5년 추가를 더해 10년 정도 장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원인은 GS리테일의 적자였다. 매년 1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는 등 수익이 신통치 않자 GS리테일은 계약을 연장하지 하지 않기로 했다. GS리테일은 점주들에게 5년 계약 만료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했고 교통공사와의 협상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영업이 안 되거나 비어있는 점포를 제외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교통공사 측에서는 첫 계약서 그대로 연장하는 것을 주장해 결국 재계약을 포기했다”며 “투자를 많이 한 점주에게는 운영권을 넘겨주자는 등의 방안도 논의했지만 해결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계약 만료에 대한 설명은 들었지만, 재계약을 맺으면 장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설명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1차 계약기간 중간인 2017년 2월에 보증금, 제빵장비 등 2억원을 들여 상가에 들어왔다. 당장 다음달 가게를 다 비워야 한다.
갑자기 내쫓기게 된 점주들은 다음 계약자가 나타날 때까지만이라도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이 씨는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주거나, 새로운 임차인이 정해진 이후 우선적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통공사 측은 "현행법상 현재 점주들에 대해서는 수의 계약 등을 할 수가 없다”며 "개별 상가와 일일이 계약하기 번거로운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전체 상가를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는 식의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점주들은 다음 임차인과 계약을 맺어 다시 장사를 한다 해도 일단 무조건 가게를 빼야 하고, 1,000만원대의 철거비용까지 직접 부담해야 하고, 새 임차인과 새 계약을 맺은 뒤 또 다시 억대의 자금을 들여 인테리어 등을 해야 한다.
이씨는 결국 ‘투잡’을 뛰기 시작했다. 손님이 뜸한 낮시간엔 가까운 카센터에서 경리 일을 한다. 이씨는 "양측 편의를 위한 계약 관계 때문에 그 동안 일궈놓은 일터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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