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술프로젝트 3년사업 성과… 우범지역 오명 벗고 방문객 발길 이어져
여인숙 등 노후숙박업소와 쪽방, 철공소 등이 밀집돼 성매매 우범지역으로 인식되며 일반인들이 접근을 꺼리던 대전역 뒷골목에 예술이 접목되며 사람들이 찾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전시와 사단법인 대전공공미술연구원이 대전역 좌우 정동과 원동지역의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추진한 마을미술프로젝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사업 3년차를 맞으며 연간 2,000여명 이상이 방문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 사업은 2017년 6월부터 국비와 시비 등 16억원을 투입해 동구 역전길과 역전시장길, 창조길 10만㎡를 주민과 공공미술을 접목하여 생활문화마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미술 사업에 주민들을 참여시켜 여성들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청년들의 유입을 유도하는 생활문화지역으로 도시공간의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도다.
사업을 주도한 공공미술연 황혜진대표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아이디어 구상을 위해 이 지역 사진을 찍다가 직접 이곳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급하게 계획을 작성해 공모사업에 응했는데 다행히 선정이 됐다”며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마을과 사람이 미술이다’라는 주제로 사람 중심의 사업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했다. 정동지역 쪽방촌에는 15명의 작가들이 입주해 작품활동을 했다. 미술과 공예, 목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어울리며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작품도 만들었다. 처음에 난색을 보이던 주민들도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마을미술프로젝트 작가들은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다양한 작품과 생활공예품을 전시하고 마을 주민들은 음식을 판매하는 시장도 열었다. 폭력과 다툼, 호객행위를 하던 장소가 예술작품과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곳으로 바뀌면서 접근을 꺼렸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황 대표는 “주민들이 판매한 금액을 공동기금으로 적립하면서 이제는 시장개설을 정례화해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발전했다”며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인식이 안 좋은 업종 변화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변이 이렇게 정리되고 입소문이 나면서 도시 재생사업을 벤치마킹 하려는 지자체 관계자와 예술체험을 하려는 방문객들이 늘었다. 지난해 9월에는 정동구역의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누구나 다녀갈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철공소가 밀집한 원동 골목에는 지역특성을 살린 정크아트 작품들이 세워졌다. 지역의 특성을 알려주는 자원들을 활용하여 로봇을 세우고 철재를 이용해 자동차도 만들었다. 이들 작품 제작은 작가들의 상상력에 주민들의 노력이 더해지는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옛 원동사무소를 개조한 무궁화갤러리는 철공소 골목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각종 모터와 기계들의 전시장소로 만들었다.
기업인들도 이곳을 주목하고 있다. 중소기업부와 대전시, 대전테크노파크, 대전충남세종 여성벤처연합회는 지난 24일 비어있는 교회건물을 사무공간과 생산공간으로 개조, 활용하는 ‘창조길 대장간’ 개소식을 가졌다. 환경정비 수준에 머물던 원도심 재생사업이 제품생산과 일자리가 연결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강경애 대전충남세종여성벤처연합회장은 “주민들의 일자리 제공 차원에서 회원들의 적극적인 입주를 고려하고 있다”며 “여성벤처기업인들이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거나 회사의 행사기념품 제작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메세나 활동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을미술 프로젝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는 올해말로 사업을 마무리한다. 이제는 국비와 시비 등 외부자금 투입 없이 자립을 모색해야 한다. 황 대표는 “작가들의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시장 수익금 등을 적립해 나가면서 자생방안을 찾아 갈 생각”이라며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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