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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러 경제공동위 6대 성과? “희망사항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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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러 경제공동위 6대 성과? “희망사항만 가득”

입력
2019.09.26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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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안도 없고, 북한도 없는 남ㆍ북ㆍ러 협력 ‘신속 이행’ 

 노후 헬기 고치는 데 받을 돈 깎아주는 게 ‘성과’로 둔갑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러시아 모스크바 정부초대소에서 열린 '제18차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 참석해 유리 페트로비치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와 합의의사록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러시아 모스크바 정부초대소에서 열린 '제18차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 참석해 유리 페트로비치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와 합의의사록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남ㆍ북ㆍ러 경제협력 활성화로 교역 1,000억달러 달성’, ‘소재ㆍ부품ㆍ장비 가치사슬 구축 위한 10억달러 펀드 조성’….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8차 한ㆍ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이하 한러 공동위)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6대 성과’를 거뒀다고 25일 강조했다. 하지만 내용들을 뜯어보면 표면적으로는 장밋빛이 가득하지만, 실제로는 성과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양국 간 중장기 교역 ‘비전’이 성과로 둔갑했다. 기재부는 △2020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교역 300억달러(2018년 기준 248억달러)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500억달러 △남북러 경협 활성화로 1,000억달러 달성을 각각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양국간 서비스ㆍ투자 FTA는 내년에 타결하기로 하고 연내 서울에서 2차 협상을 개시하는 한편, 상품을 포함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의 FTA로 확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추진해 온 FTA 일정과 이에 따른 기대효과를 러시아 측에 그저 알린 것이 성과라는 얘기다.

기재부는 또 ‘남북러 3각 협력 토대 구축과 실행가능성 제고’도 주요 성과로 홍보했다. 러시아 전력공사, 국부펀드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향후 여건 조성시’ 북한 전력ㆍ가스ㆍ철도 및 나진-하산 등 초국경지역 남북러 3각 협력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공동연구 제안서’를 러시아에 송부할 예정이라고만 했을 뿐, 마땅한 신속 이행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3각 협력도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설득해보겠다는 희망사항 수준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재부는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 분야에서 러시아와 가치사슬 구축을 위해 10억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내용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1차로 4억달러를 조성하고 향후 첨단산업ㆍ헬스케어 등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이 방안 역시 우리 측의 일방 제안으로 러시아 측과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다. 우리의 투자 의사를 러시아에 전달한 것뿐이며, 당장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에서 일본산 대체 효과도 발생하지도 않는다.

이밖에 기재부는 1990년 양국 수교 시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제공한 경제협력차관 중 잔여액(4억5,000만달러)을, 앞서 러시아로부터 도입해 노후화된 산불진압용 헬기 30여대의 ‘성능 개량’으로 상계하는 방안도 성과로 둔갑시켰다. 노후 헬기를 고치는 데 도움을 받는 대가로 빚을 줄여주겠다는 것이 성과라는 얘기다.

한러 경제공동위는 지난 1990년 양국 수교 당시 부총리급이 참여키로 한 양국 경제협의체로 1997년 처음 개최됐다. 이번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수석대표을 맡아 15개 관계부처 및 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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