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깨끗하게 관리되던 곳 쓰레기장 만들어 “참 좋은 꼴”
행사 참석했던 해수부장관도 “취지 무색ㆍ불신 초래” 사과
전남 진도군이 환경정화 행사를 앞두고 일부러 쓰레기를 뿌려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 지나치다는 반응과 함께 진도군을 쓰레기 불법투기로 고발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행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최송춘 전남환경운동연합 대표는 25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정말 믿기지 않는 상황이다. 행사를 위해 군청에서 일부러 쓰레기를 투기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분노를 터뜨렸다. 특히 이번 행사가 열린 가계해변은 주민들과 어촌계가 나서서 청소를 하기 때문에 평소 깨끗하게 유지되는 곳이라고 최 대표는 전했다.
최 대표는 “행사에 참여한 주민, 사회단체 회원, 관련 기관 직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얼마나 황당해 하겠나. 동원된 학생들도 이 사실을 알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참으로 우리 어른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꼴이다.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저도 민망스럽다”고 말했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진도군은 공식 조사결과 1톤 트럭 6대 분량의 쓰레기를 뿌렸다고 해명했지만 최 대표는 “실제 쓰레기 양을 보면 훨씬 넘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이 사건을 진도군에 대한 법적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우리 환경운동단체와 주민들이 성명서를 내고 (군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행위를 쓰레기 불법투기로 규정하고 법률 자문을 거쳐 검찰 고발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일 진도군 고군면 가계해수욕장에서 ‘제19회 국제연안 정화의 날’ 행사가 열렸다. 문 장관을 비롯해 행사에 참석한 어업인, 학생 등 600여명은 해변에 어지럽게 널린 쓰레기를 치웠다. 그러나 이 쓰레기는 진도군이 행사 전날 인근 해변에서 모아 일부러 행사장에 뿌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소식을 접한 문 장관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주최기관인 진도군이 행사 전 일부 쓰레기를 해안에 놓아두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행사에 동참해 주신 많은 분들과 뉴스를 보며 실망감을 느꼈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문 장관은 “이번 일이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거짓과 가장이 더해지면 행사의 취지마저 무색해지고, 불신과 실망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해양수산부는 바다에 악영향을 끼치는 해양쓰레기를 정화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임을 약속 드린다”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필요한 조치도 하겠다. 무엇보다, 조금의 거짓이나 보탬이 없이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국민 여러분께 알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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