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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미 협상, 대반전 가능할까

입력
2019.09.2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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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갖기 앞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갖기 앞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안전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시 더 밝은 미래’라는 청사진을 거듭 제시했다. 그래서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미 간 실무협상에 더 눈길이 쏠린다.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비핵화 핵심 의제를 둘러싼 북미 간의 견해 차가 여전히 큰 탓이다. 북한은 실무협상의 성과적 추진을 위한 대전제를 밝혀 놓았다. 성패의 관건은 미국 측이 준비하는 협상안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는 요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계산법을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게 북한 측 주장이다. 북한 측은 올 연말을 데드라인으로 던져 놓은 상태다. 실무 협상이 결렬되고 대화가 중단되면 연말까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어렵게 된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2020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경고했다.

새 계산법의 내용은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우선 미국이 정치적 계산법에만 매달리지 말고, 싱가포르 합의 이행에 더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이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부장은 3월 15일 평양에서 연 외신기자회견에서 미국은 6ᆞ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과의 협상을 대통령 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과 계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둘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에 대한 상응 조치를 하라는 요구다. 북한은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까지 15개월 동안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있는데 미국 측은 이에 상응한 제재 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민수 분야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해제하는 부분적 제재완화만을 요구했는데, 미국 측은 완전한 비핵화를 제재 완화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잘못된 계산법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9월 16일에 낸 담화에서 제도 안전과 함께 경제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 비핵화 논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셋째, 새 계산법에는 미국 측의 일방적인 ‘선(先)비핵화-후(後)보상’이 아니라 단계적, 동시적 합의와 이행원칙이 담겨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측의 이러한 요구에 어느 정도 호응할까.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9월 6일 미시간대 연설내용을 보면 미국 측은 실무협상이 진전되면 싱가포르 합의를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상응 조치를 준비해 놓고 있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리비아식 모델 언급은 큰 잘못이라고 밝혀 놓고 있어 단계적, 동시적 합의와 이행에 ‘근접한’ 협상안을 제시할 여지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하노이 회담에서 ‘가역적인 제재’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즉 제재를 완화하지만 북한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원상태로 복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합의에 찬성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최근 경질된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반대로 합의가 무산됐다는 것이 북한 측 인식이다. 지금은 제재 유지를 고수하고 있지만, 실무협상에서의 북한 태도에 따라 제재 완화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미국이 새 계산법을 갖고 나온다면 실무협상에서 두 지도자가 만나 서명할 합의문에 담길 내용을 논의하고 조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로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을 내딛는 계기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북한과 미국 양측이 어느 정도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대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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