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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외교 무대에서 '애국주의' 외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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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외교 무대에서 '애국주의' 외친 트럼프

입력
2019.09.25 09:18
수정
2019.09.25 2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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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세 번째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택은 이번에도 ‘애국주의’였다. 국제협력과 다자외교의 최전선인 유엔 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을 존중하라”며 반(反)세계주의 견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탄핵 위기에 직면하자 지지층을 향한 구애로 더욱 ‘미국 우선주의’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전 세계 인기영합주의 지도자들의 부상에 토대가 된, 국가주의에 관한 트럼프의 신념을 재확인시켜 준 연설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의 상당 부분을 세계주의를 배격하고 왜 각국이 이익 추구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하는지 설파하는 데 할애했다. 37분 간 진행된 연설 첫 머리부터 “미래는 애국자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래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각국의 차이를 인정하는 자주적이고 독립된 국가의 것”이라며 “현명한 지도자는 항상 자국민과 자국의 이익을 우선에 둔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주의가 과거 지도자들에게 종교적 힘을 행사해 국가 이익을 무시하게 했지만 미국은 그런 시절이 끝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엔 연설 자리임에도 대규모 감세와 일자리 창출 등 애국주의에 기반한 개인 치적을 과시하는 일을 빼먹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자협력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에서 미국 우선주의 접근법을 홍보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연설은 앞서 다자주의 정신을 강조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그것과 여러모로 구별됐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와 핵무기 위협에 맞서 단합하자”고 호소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의 발언은 ‘아마존은 인류의 자산이 아니다’라고 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연설과 놀랄 만큼 닮았다”며 “기후위협과 군비 제한은 트럼프의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중인 중국을 들먹이며 세계무역기구(WTO)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중국의 무역 관행은 불공정한 정책이며 중국에 의한 무역 남용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인데도 WTO에 가입한 후 혜택만 받고 자체 개혁은 하지 않았다”며 “WTO의 중대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향해서는 “미국민을 위해 ‘나쁜 합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자국민을 챙기는 철저히 계산된 화술이다.

이란과 관련해선 가장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거론하며 “책임 있는 정부는 이란의 유혈 충동을 도와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반도와 관련해 “과감한 외교를 추구해왔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잠재력 있는 나라’로 칭하면서 “다만 약속 실현을 위해 비핵화에 나서야 한다”고 짧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전했다.

언론들은 트럼프 연설을 이날 돌출된 탄핵론과 연관 지어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내년 재선을 앞두고 탄핵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존재감을 전달하려 했다”고 분석했고, AP통신은 “탄핵 탓인지 트럼프 연설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논평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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