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측 인사… 남미 독립영웅 볼리바르 책 읽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던 시간. 총회장 안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나 몰라라 독서 삼매경에 빠진 이가 눈에 띄었다. 주인공은 베네수엘라 유엔 대표부 소속 외교관 다니엘라 로드리게스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올해 유엔 총회에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 대표단과 미국이 인정하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측 대표단이 모두 참석했다.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대통령 측 인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마두로를 ‘독재자’ ‘쿠바의 꼭두각시’라고 맹비난해도 그는 이따금 고개를 들어 정면을 봤을 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독서를 이어갔다. 누가 봐도 트럼프를 무시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방송 화면에 잡힌 로드리게스의 독서 장면은 이날 온라인상에서 최대 화제가 됐다.
그가 읽던 책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궁금증도 이어졌다. 양장본 책 표지에는 19세기 초 남미 독립운동지도자 시몬 볼리바르의 사진과 함께 ‘볼리바르, 영웅, 천재 그리고 보편적 사고’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볼리바르는 특히 베네수엘라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마두로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그를 모델 삼아 사회주의 이상인 볼리바르 혁명을 주도했다.
트럼프의 연설이 끝난 후 로드리게스는 트위터에 책 표지 사진을 올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혐오와 제국주의로 가득 찬 연설로 유엔을 모독하는 동안 나는 바로 이 책을 읽었다. 볼리바르 만세! 베네수엘라 만세! 제국주의에 굴복하지 않는 베네수엘라 국민 만세!”라고 적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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