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 해주기를 당부합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4일 경기 이천시 LG인화원에서 그룹 총수로서 처음으로 계열사 사장단과 워크숍을 가졌다. LG그룹은 고 구본무 전 회장 때부터 매년 9월 정기적으로 사장단 워크숍을 개최했지만 지난해에는 구 전 회장이 5월 작고하면서 행사를 열지 못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30여명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총 집결했다.
구 회장은 이날 “L자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로 향후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등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전세계적 시황 부진 등을 거론하며 “지금이 위기이고, 앞으로도 위기”라고 강조한 것이다.
구 회장은 “(이 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LG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장단이 ‘주체’가 돼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구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혁신)’을 계열사 사장단에 화두로 던졌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기본 정신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며 ‘고객 가치 정신’을 변화의 출발점으로 언급한 데 이어 변화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며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라는 게 구 회장의 강조점이었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런 필요성에 따라 올해 ‘디지털 테크 대학’을 출범시킨 데 이어 전 계열사 IT시스템의 90% 이상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등 디지털 인재 육성과 IT시스템 전환 등을 서두르고 있다”며 “워크숍에서 사장단은 각 계열사가 추진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실행을 가속하기 위한 전략 방향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재계 역시 이날 워크숍을 주목했다. 재계 관계자는 “작년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 내에서도 ‘변화’와 ‘경쟁’으로 조직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번 워크숍 역시 구 회장의 차별화된 색깔이 그룹 전체에 공유되는 자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4월 LG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거점을 경기 평택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한 것, 2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결정 등은 구 회장의 빠른 결단이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다. 최근 2차전지 기술 유출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 8K TV 화질을 놓고 벌이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공방도 ‘경쟁’을 기치로 한 구 회장 경영 방식의 한 단면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LG하면 다소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요즘 LG는 필요에 따라서는 갈등도 불사하며 싸워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며 “LG그룹의 향후 변화에서 구 회장만의 색깔과 리더십이 워크숍을 계기로 점차 확실하게 드러나게 될 것”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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