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친 경기 김포시 요양병원 화재는 병원 측이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중환자들에게 산소를 수동으로 공급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당시 건물 내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경기 김포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쯤 김포시 풍무동 한 상가건물 4층 김포요양병원 보일러실에서 불이 났다. 불은 50여분만인 오전 9시 55분쯤 완전히 꺼졌으나 짙은 연기와 화재로 인해 중환자에 대한 산소 공급이 끊기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132명 가운데 A(90)씨와 B(86)씨 등 2명이 숨지고 다른 환자 47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화재 당시 최초 발화 지점인 보일러실 옆 집중치료실에는 중환자 8명이 입원 중이었는데, 사망자 2명과 C(66)씨 등 중상자 8명 가운데 일부가 이곳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중상자 중 2명은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뇌수술을 받은 조카가 입원해 있다는 이모(62)씨는 “언니가 조카에게 재활운동을 시키려고 병실을 나서는 순간 ‘펑’하는 소리가 들리고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라며 “언니가 없었다면 보일러실 근처 병실에 있던 조카는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이 있는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 상가건물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기안전공사의 전기 안전 점검을 위해 전력 공급이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산소 공급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수동으로 산소를 공급했는데, 소방당국은 이 과정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병원 관계자가 집중치료실에서 환자에게 산소를 수동으로 공급하기 위해 보일러실에 있는 산소 탱크의 밸브를 여는 과정에서 미상의 점화원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사망자 2명의 사망 원인이 농연(짙은 연기) 때문인지, 산소 공급이 끊겨서인지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 조사 결과 요양병원에는 의무 설치 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은 하지 않았다. 비상경보벨은 정상 작동했다. 최초 발화 지점인 보일러실에는 초기 불길을 잡는데 쓰는 자동확산소화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일러실에는 산소 탱크 4, 5개도 있었다.
요양병원은 지난해 11월 13일 화재안전특별조사 당시 방화문 닫힘 불량, 콘센트 접지 불량 등 건축ㆍ소방ㆍ전기 분야에서 19건의 지적 사항이 나왔으나 모두 같은 해 12월 시정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조사에서 가스 분야에선 지적 사항이 없었다.
화재 직후 병원이 있는 건물 주변은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건물 1층 주차장은 긴급 대피한 환자와 병원 직원, 침대와 휠체어로 가득했고 건물 주변에는 연기를 빼기 위해 깬 창문 유리 조작이 널려 있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들을 병원 18곳으로 옮기다 보니 환자 가족이 환자가 어디로 이송됐는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도 빚어졌다.
조모(81)씨의 딸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아버지 행방을 찾았는데, 오후 5시가 돼서야 겨우 찾았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김포경찰서 형사팀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팀도 구성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소방 관계자는 “병원 관계자 4명이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 진화를 하다가 실패한 뒤 주차장과 연결된 통로로 환자 30명을 대피시키는 구조활동이 신속하게 이뤄져 피해가 적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