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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하루키 “문재인 정부 과거사 문제 일본 국민 더 설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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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하루키 “문재인 정부 과거사 문제 일본 국민 더 설득해야”

입력
2019.09.24 17:37
수정
2019.09.24 19: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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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지한파 지식인인 와다 하루키(왼쪽) 도쿄대 명예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인문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파국을 맞은 한일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길사 제공
일본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지한파 지식인인 와다 하루키(왼쪽) 도쿄대 명예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인문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파국을 맞은 한일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길사 제공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대한(對韓) 적대정책은 반(反)시대적이다. 문제는 일본 국민들이 아베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안부 합의와 징용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애매한 입장이 일본 국민들로 하여금 아베의 정책을 지지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 국민을 설득하는 데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행동하는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저명한 역사학자 와다 하루키(81ㆍ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일본 국민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해시키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권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일본 국민을 직접 설득해 공통된 역사 인식의 기반을 넓혀 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와다 교수가 러일전쟁(1904~1905)을 새롭게 분석한 ‘러일전쟁: 기원과 개전(2권ㆍ한길사)’을 펴낸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24일 서울 중구 인문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와다 교수는 “일본 사람은 러일전쟁을 승리의 역사와 훌륭한 전쟁으로 기억하지만 러일전쟁의 본질은 일본이 대한제국을 말살하고, 조선 전역을 식민지배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러일전쟁은 조선전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며 “러일전쟁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잘못된 국민적 기억을 바로잡기 위해 책을 썼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09년과 2010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중국에서도 번역됐다.

이번 책은 와다 교수 연구를 종합한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그간 러일전쟁에 대한 일본 사회의 평가는 찬양 일색이었다. 아베 총리가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 러일전쟁에 대해 “서구 열강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일본은 러일전쟁의 승리로 식민지 지배 아래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민족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고 발언한 대목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이는 일본 중심의 편협하고 자의적인 해석이었다. 와다 교수는 일본 자료뿐 아니라 러시아, 한국의 자료를 전면적으로 비교해 러일전쟁의 가려졌던 진실을 장장 1,300쪽에 걸쳐 입증한다. 등장 인물만 700명, 각주만 2,400개에 달할 정도로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을 거쳤다.

전쟁 발발 전 러일 교섭 과정에서 발견한 일본 측의 문서는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일본은 그 동안 러시아와의 협상이 불발돼 전쟁이 일어났다고 했지만, 러시아는 전쟁을 피하고 싶어 했고, 일본이 용의주도하게 전쟁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전쟁 직후 대한제국은 을사늑약 체결을 강요받았고 5년 뒤 국권은 침탈됐다. 와다 교수는 “일본이 일으켰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모두 한반도에서 조선의 힘을 배제하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었다”며 “그런 점에서 청일전쟁(1894~1895)은 제1차 조선전쟁, 러일전쟁은 제2차 조선전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책 첫 장에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의 어진을 실은 배경도 “러일전쟁을 다루며 조선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였다. 책에서 고종은 일본의 간섭과 지배, 침략에 일관되게 저항하는 인물로 부각됐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여전히 러일전쟁을 포함한 제국주의 시절 침략과 팽창의 역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 반입 허용이 결정된 이후 한국과 중국 등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지만 요지부동이다. 와다 교수는 일본 국민 스스로의 각성만이 해법이라고 봤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역사인식에 대한 한국의 문제 제기는 끊임없이 필요하다.

“욱일기 문제는 일본 국민들 스스로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 제국주의 전쟁을 벌인 일본 천황의 군대를 상징했던 일장기 역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천황제도 유지하고 일장기도 사용한다. 한국이 비판한다고 해서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일본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긴 안목으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줬으면 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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