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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없이 방역했는데 돼지열병 자꾸 퍼지니…” 허탈한 농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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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없이 방역했는데 돼지열병 자꾸 퍼지니…” 허탈한 농가들

입력
2019.09.24 17:35
수정
2019.09.25 00: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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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판정’ 파주ㆍ김포 가보니, 길목 통제ㆍ방역車 곳곳 소독

두 지역서 3만여 마리 살처분… 경기 남부도 축제 취소 등 긴장

[저작권 한국일보] 국내 네 번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한 농가에서 돼지열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살처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국내 네 번째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한 농가에서 돼지열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살처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밤낮없이 뿌려대면 뭐합니까. 보란 듯이 또 발생하는데...”

24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경기 파주시 A돼지사육농가 인근에서 만난 이 마을 주민 이모(72)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돼지열병이 자꾸만 퍼져 마을 주민들이 이젠 무서워서 바깥출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어수선한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찾은 A농가 길목은 철저하게 차단됐다. 경찰이 농장 도로 500여m 앞에서 노란색 통제선을 쳐 놓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먼발치에서 확인한 A농가 주변은 긴장감 속에 바쁘게 돌아갔다. 방역 차량이 농장 곳곳에 연신 소독약을 뿌려댔고,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은 예방적 살처분 작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새벽 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난 이 농가는 돼지 2,3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한 농가에서 국내 네 번째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24일 오전 발병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한 농가에서 국내 네 번째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24일 오전 발병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전날 오후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김포시 통진읍 B양돈농장도 이날 오전부터 긴급 비상방역활동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농장 입구에선 방역 관계자들이 주민과 취재진 접근을 막아 섰다. 이들 옆으로는 방역용 생석회 포대가 어른 가슴 높이까지 쌓여있었다.

이들 농장은 지난 17일 국내 처음으로 돼지열병이 확진된 파주 연다산동 농가에 이어 세 번째, 네 번째로 돼지열병이 발생했다. 파주에는 일주일새 두 개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최고 단계의 방역 망이 뚫리고 한강이남지역인 김포까지 저지선이 무너지자, 양돈 농가들은 당혹해 하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파주 법원읍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이윤상씨는 “방역에 온 힘을 기울였는데, 돼지열병이 재발해 더 이상 버틸 힘도 없다”며 “이러다간 방역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3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 앞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출입을 통제하는 동안 농장 관계자가 나오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3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 앞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출입을 통제하는 동안 농장 관계자가 나오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김포시 관계자도 “김포 양돈농가는 지난해 3월 국내 처음으로 돼지 A형 구제역이 발생해 대량 살처분을 한 악몽이 있어 이번 사태에 대해 더 많이 침통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이날 A농가와 그 주변 농가에서 사육중인 돼지 2만9,700여마리의 살처분 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일일 14시간 2교대로 운영하던 관내 통제초소 12곳(적성ㆍ파평면)을 24시간 3교대로 운영체제를 강화했다. 현재 파주에는 거점소독시설과 통제초소 70곳이 가동 중이다. 김포시도 B농장과 반경 3㎞ 이내 다른 농장 4곳에서 키우는 돼지 3,380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진행하고 차단 방역체계를 강화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돼지열병 의심 신고된 김포 양돈농장김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3일 오전 경기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 앞 도로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차량으로 도로를 다니며 곳곳을 방역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돼지열병 의심 신고된 김포 양돈농장김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된 23일 오전 경기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 앞 도로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차량으로 도로를 다니며 곳곳을 방역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런 가운데 김포와 가까운 인천 강화군 농장에서도 돼지열병 확진 사례가 나왔다. 강화군 송해면에서 돼지 400마리를 사육 중인 이 농장에선 이날 살처분 조치와 함께 원인 파악을 위한 역학 조사가 진행됐다. 강화군은 파주시 연천군 김포시 포천시 동두천시 철원군 등 정부가 18일 정한 6개 중점관리지역에 속하지 않는 곳이다.

파주ㆍ김포시 관계자는 “돼지열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하루빨리 종식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차단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발생하던 돼지열병이 남부지역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안성시 바우덕이 축제, 이천 시민의 날, 용인 시민의 날 등 경기 지역 지자체들이 잇따라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강원도도 이날 도내 유입 차단을 위해 기동 순회 점검반을 긴급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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