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밤 티웨이항공 여객기(TW123)가 베트남 호찌민 떤션녓국제공항 활주로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파손된 레이돔이 드론과 같은 외부 물체에 부딪혔다는 육안 분석 결과가 나왔다. 깨끗하게 비워져 있어야 할 착륙 항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당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들의 안전 운항에 우려가 제기된다.
현지 조사를 마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4일 “파손 부위에서 외부 물체에 의한 스크래치(긁힘) 자국을 육안으로 확인했다”며 “드론과 같은 물체가 충돌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항공안전감독관 2명을 현지에 급파, 23일까지 베트남 측과 공동으로 1차 조사를 벌였다.
이 관계자는 “이번 레이돔 파손은 국내에서 보고된 적이 없는 수준의 것”라며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제작사에도 문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고 이후 공개된 파손 사진에 따르면 레이돔 좌측이 충격으로 심하게 파손됐다. 사고 직후 조류 충돌로 알려졌지만, 핏자국이 보이지 않고 파손 정도가 심해 조류 충돌 가능성은 배제된 상황이다. ‘비행기 코’로도 불리는 레이돔은 기상정보와 항공기 위치정보 안테나 등을 보호하는 항공기 부품이다. 섬유, 강화플라스틱을 적층한 복합 소재로 만들어지며 그 안쪽은 벌집구조로 돼 있어 외부 압력을 견디도록 돼 있다.
항공기 운항정보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티웨이 항공기는 활주로에서 약 14㎞ 떨어진 곳에서 미상의 물체와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던 항공기가 600m 상공에서 갑자기 700m 이상으로 높아졌다가 다시 고도를 낮춰 착륙에 성공했다. 현지 한 항공사의 비행 교육을 맡고 있는 조종사는 “충돌에 조종사가 놀라면서 고도를 갑자기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위치는 호찌민 북동쪽의 빈증 상공으로, 빈증은 한국과 대만, 일본 기업들이 입주한 대형 공단이 밀집한 곳이다.
이에 따라 한국 조사단은 정확한 충돌 물체 확인을 위해 베트남 측에 파편 수거에 주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사고 당시의 고도, 위치 등 비행정보를 주고 인근 지역 수색을 요청했다”며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못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재까지 떨어진 파편에 의한 민간 신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베트남공항공사(ACV)도 떤션녓공항 활주로와 유도로 등을 수색했으나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18일 오후 7시 40분 인천공항을 떠나 오후 11시 15분(현지시간) 호찌민시 떤션녓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티웨이항공 TW123편 여객기는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던 중, 호찌민시 인근 상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충격이 기체에 가해지는 사고를 당한 뒤 비상착륙 했다. 해당 여객기는 당시 착륙을 앞두고 약 2,000피트(약 600m) 상공을 비행 중이었다. 큰 소리가 들린 뒤 기장이 공항 측에 비상 착륙을 요청했고 공항 측이 이를 받아들인 뒤 무사히 활주로에 내렸다.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170여명이 타고 있었다.
하노이ㆍ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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