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세종이전이 2년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이전 방침을 정하고도 지금까지 밑그림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관련 예산 협의도 여의치 않는 등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7년 6월 도종환 장관 취임과 함께 국립민속박물관 세종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노후하고 협소한 데다 경복궁 복원사업에 따라 2031년 철거됨에 따라 이전이 검토돼 왔다.
문체부는 당초 국립민속박물관 본관은 용산공원 내 문체부 부지로 옮기고, 파주에 개방형 수장고를 따로 지어 이원화된 운영체제를 갖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용산공원 내 문체부 부지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면적보다 약 3,000㎡ 정도 좁아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국립민속박물관 세종시 이전 방안을 놓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논의에 들어갔다. 논의의 골자는 세종시 중앙공원과 금강 주변에 19만㎡ 규모로 조성되는 국립박물관단지에 국립민속박물관을 이전하는 것이다.
세종시와 건설청은 행정도시 S-1생활권 국립박물관단지 2단계(11만5,000㎡) 부지 내 4만5,815㎡에 1,551억원(국비 100%)을 들여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는 같은 구역에 박물관단지 발전을 위한 국립자연사박물관 신설도 함께 요구했다.
문체부는 논의를 진행하며 구체적인 세종 이전 계획 수립에 나섰지만, 2년이 넘은 지금까지 밑그림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는 수도권 일부 문화예술인들의 극렬한 반대 영향이 컸다.
전직 국립박물관과 민속박물관장들은 반대 포럼을 열고 국립민속박물관은 서울에 잔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서울에 있는 문화시설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민속박물관을 찾고, 국제포럼 개최 등 박물관 활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예산 협의도 여의치 않아 동력은 더 상실되고 있다. 문체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립민속박물관 세종시 이전을 위한 기본계획 예산(3억원)에 대해 협의했지만, 확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 존치에 많은 예산이 수반되지만 반대 여론이 여전한 데다 세종 이전 기대 효과 분석 등 이전 논리도 아직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일단 세종 이전을 전제로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까지 국립민속박물관 유치전 뛰어들어 세종 이전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월 종로 송현동 경복궁 인근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을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이 부지는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 3만6,642㎡(5,000여억원) 규모로, 소유주인 대한항공이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은 정부가 부지를 매입해 국립민속박물관을 이전하고, 이를 중심으로 전통문화시설을 조성하자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다소 소요된 측면이 있지만 큰 틀에서 세종 이전 작업은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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