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노동조합이 카허카젬 사장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퇴진을 촉구했다. 2022년 생산이 중단되는 부평2공장에 대한 미래전략이 부재하고, 팀장 이상 직원과 조합원 간 임금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사측에서 진정성 있는 제시안을 내놓기 전까지 ‘2019 임금협상’ 단체 교섭을 무기한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은 24일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급을 받는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감수하면서 지난 총파업에 이어 부분파업에 나선 것은 미래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라며 “부평2공장을 비롯한 각 공장의 발전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카허카젬 사장은 즉시 퇴진하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사측이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연간 생산량을 50만대로 한정하면서 부평2공장 폐쇄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부평2공장은 중형 세단 ‘말리부’를 연간 3만대가량 생산한다. 단일 차종으로는 운영이 어려워 600억원가량을 투입해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도 3년간 7만5,000대 생산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다만 두 차종 생산이 종료되는 2022년 이후에는 부평2공장 생산 물량이 배정되지 않은 상태다.
임 지부장은 “사측은 지난해 국민혈세 8,1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지난 9차 교섭에서 2022년 이후 부평2공장 생산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은 자연적인 인력감축을 예고한 것”이라며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로 3,0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했는데, 2022년에 1,500명 이상이 또다시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사측이 임금인상,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도 조합원과 팀장급 이상 직원(팀 GM)들 간에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임금협상 과정에서 지난해 8,000억원 규모 적자를 이유로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고 대응하면서, 팀 GM들에게는 임금 1.8% 인상에 1인당 평균 1,700만원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성과급 지급 대상자만 약 780명으로, 132억원 규모에 달한다.
임 지부장은 “사측은 조합원 한 명당 약 140만원씩 거두어서 팀 GM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과 같다”면서 “말로는 원팀(One Team)을 외치면서 구성원들을 계급으로 차별하며 상실감만 심어주고 있는 카허카젬은 수장이 아니라 위선자”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GM은 임금산정 기준 차이로 인한 것이라고 답했다. 팀 GM 직원의 경우 2012년부터 글로벌GM 성과를 반영한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팀 GM 성과급은 한국GM과 본사인 미국 GM의 성과를 결합해 지급하며, 한국GM과 글로벌GM 성과를 일정 비율로 반영한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속에서도 1인당 평균 1,500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한국GM 관계자는 “2011년 노조 측에도 팀 GM과 같은 임금제도 개편을 제안했지만 거부했고, 현재와 같은 임금격차가 발생한 것”이라며 “지난해 약속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실행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고, 노조 측에서도 원만한 합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제시했다. 아홉 차례에 걸친 단체교섭에서 사측이 내놓은 제시안은 ‘노력한다, 협력한다, 협의한다, 모색한다, 공유한다’뿐이었다. 노조는 전향적인 제시안이 없을 경우 향후 교섭에 응하지 않고, 미국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는 차량에 대한 ‘불매운동’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부평(인천)=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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