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이제 10월이다. 2019년의 마지막 분기가 시작된다. 선선해진 날씨에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급해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일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각 세대에 대한 느낌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청년들은 이래야 하고 중년들은 이러하기 마련이라는 공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전에서 ‘중년(中年)’을 찾아보면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마흔 살이면 중년이라니, 이 풀이를 본 사람이 본인이 중년에 해당되는 나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뜻풀이와 함께 ‘중년 남자, 중년 부인, 중년 신사’ 같은 용례가 실려 있다. ‘중년 신사’라는 말이 주는 중후한 느낌과 지금 보는 마흔 살 안팎의 사람들과는 사뭇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요즘의 ‘중년’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할까?
‘중년’의 뜻풀이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청년’과 ‘노년’은 어느 연령대까지를 포함해야 할까 하는 고민으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사전에 실린 뜻풀이는 이미 한참 전에 일반적이었던 개념을 정의해 놓은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또한 지금 시점에서 이 정의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변화의 과정에서는 늘 과도기를 겪기 마련이듯, ‘중년’의 뜻풀이 역시 바뀌어 가는 과정에 놓인 과도기의 풀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과 생각들을 말로 구역 짓고 풀어내는 것이 사전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시간의 흐름을 뒤따르며 조금씩 천천히 진행된다. 사전을 만드는 일을 긴 호흡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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