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 업계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시장에서 격돌한다. 금융시장을 장악하면 이와 연결된 쇼핑, 교통, 통신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어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11월 사내독립기업(CIC) 네이버페이를 물적 분할해 금융 전담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가칭)을 설립한다. 네이버페이는 결제 서비스 분야 후발 주자이지만, 네이버 쇼핑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월 결제자수 1,000만명을 확보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특히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쇼핑은 물론 여행, 교육, 예매 등의 사업에서도 시장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네이버는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 등 기존 금융사들과 손잡고 대출, 보험 등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전략적 제휴사인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를 앞세워 생활금융 시장을 노리고 있다면, 카카오페이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통해 송금과 간편 결제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플러스친구, 카카오톡 선물하기, 이모티콘 등 카카오톡 ‘톡비즈‘ 사업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카카오의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약 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3분기에는 카카오톡 대화 목록창에 배너광고를 띄우는 ‘톡보드’ 서비스를 공식 출범시켜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톡보드를 활용하면 채팅 목록 탭 안에서 구매, 예약, 회원가입 등을 몇 번의 터치로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300개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톡보드 베타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하루 매출이 2억~3억원에 달하는 등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톡보드를 포함한 톡비즈 부문 매출이 올해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송금, 페이 서비스를 바탕으로 택시ㆍ대리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신사업 동력도 확보할 계획이다. 메신저 상에서 송금, 결제를 하고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생활 서비스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은 카카오페이가 담당한다.
카카오페이 역시 네이버파이낸셜과 마찬가지로 간편결제를 넘어 향후 보험과 금융자산 분석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뱅크와 연계한 각종 금융 서비스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IT 신기술이 금융산업을 주도 하는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며 “IT 업체들의 적극적인 금융시장 진출과 치열한 경쟁은 금융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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