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엘시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카이로=로이터 연합뉴스

이집트에서 2011년 무바라크 독재 정권을 몰아낸 ‘아랍의 봄’ 시위가 불타올랐던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이 다시 뜨거워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밤샘 시위가 열리면서다. 이집트는 엘시시 대통령이 2013년 11월 시위금지법을 제정해 반대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강제 진압과 탄압을 지속해 오면서 시위가 좀처럼 발생하지 않던 터라 이번 시위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스페인에 망명 중인 배우 겸 사업가 모하메드 알리(45)가 온라인에 띄운 동영상이 이번 시위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시위는 카이로를 비롯해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엘 마할라 엘 쿠브라 등 이집트 전역에서 발생했다. “일어나라, 두려워 말라, 엘시시는 떠나야 한다“라고 외치는 시위대에 맞서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섰다. 현지 인권단체인 경제와 사회적 권리를 위한 이집트 센터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22일까지 최소 274명이 체포됐다. NYT는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이집트 축구팀 알아흘리와 자말렉의 시합 이후 거리로 나갈 것을 촉구한 알리의 동영상에 젊은 노동자 계급이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이집트 군과 15년 간 거래를 해 온 부동산 개발업자인 알리는 지난 2일 이집트 정부가 수십억 이집트 파운드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한 첫 동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170만뷰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스페인에서 촬영한 이 동영상에서 그는 엘시시 대통령이 자신과 측근의 호화 주택을 짓는 데 공금을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영상이 극도로 빈곤하게 사는 이집트 국민들을 자극했다고 평했다. 이집트 군부의 부패는 ‘알려진 비밀’이지만 알리가 15년 간 군과 함께 일했던 내부자라는 점과 평균적인 이집트인들의 경제가 통제 불능 상태에 있다는 점 등이 이번 시위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이집트 정부는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2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한 뒤 엄격한 긴축 조처를 했는데, 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왔다. 지난 7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1억 인구의 이집트인 3명 중 1명이 하루 1.4달러 미만의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도하 대학원의 미디어 저널리즘 프로그램 책임자인 모하메드 엘마스리는 이와 관련, “엘시시 정부가 전례 없이 수세에 몰렸다”며 “모하메드 알리는 현재 이집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성이 됐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아므르 마그디는 “알리의 메시지는 정치에 관심 없는 사회 계층에 전달되고 있는 점에서 엘시시 정부를 두렵게 하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시위대를 향한 알리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오는 27일 판명된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21일밤 새로 게시한 동영상에서 "대통령을 신으로 만드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27일 또 한 번의 반정부 시위를 촉구한 상태다. NYT는 “지난 주말에는 경찰이 시위자를 사살하지 않았지만 이번 주말에도 시위가 발생한다면 엘시시 대통령은 신속하고 철저한 진압을 명령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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