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기술 앱티브와 합작법인… 현대차 역대최대 해외 투자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시간 23일 미국 뉴욕에서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 케빈 클락(Kevin Clark) 앱티브 최고경영자(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앱티브와 JV 설립에 대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20억달러(약 2조3,900억원)를 투자해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미국 기업 ‘앱티브(APTIV)’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는 현대차의 역대 최대 규모 해외 투자이며, 첫 해외 연구개발(R&D) 합작법인이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의선 현대차 총괄수석부회장, 케빈 클락 앱티브 최고경영자(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조인트벤처(JV) 설립에 대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앱티브는 2017년 12월 자동차 부품사 ‘델파이’로부터 분사한 세계 20위 자동차 부품기업이다. 특히 자율주행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기술조사업체 ‘내비건트 리서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앱티브는 구글의 자율주행 부문 계열사인 ‘웨이모’,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뛰어난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저작권 한국일보]자율주행 기술 종합 순위_신동준 기자/2019-09-23(한국일보)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현대차를 전통적 완성차 제조 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대형 프로젝트로 평가 받는다. 재계에선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맞춰 발표한 ‘대미(對美) 투자 선물 보따리’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달러(약 4조7,800억원)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50%를 각각 나눠 갖는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달러(약 1조9,100억원)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달러(약 4,800억원)의 가치를 포함해 총 20억달러를 출자한다. 20억달러는 연 생산 30만대 규모 해외 자동차 공장 2개를 건설하고도 남는 액수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JV에 출자한다.

현재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 사장인 칼 이아그네마가 JV의 CEO를 맡게 되며,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둘 예정이다. 추후 설립 인허가, 관계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 최종 설립될 예정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앱티브와 현대차그룹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지시간 23일 미국 뉴욕에서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 케빈 클락(Kevin Clark) 앱티브 최고경영자(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앱티브와 JV 설립에 대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CES 당시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아이오닉 자율주행에 탑승, 성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2015년 30억달러(약 3조4,404억원)에서 2025년 960억달러(약 110조원), 2035년 2,900억달러(약 332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는 ‘인지-판단-제어’ 과정을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소프트웨어(SW) 솔루션 확보가 관건이다. 구글이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하는 것도 통합제어 SW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SW를 공급받는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어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과 과감하게 손잡는 전략을 펼쳐왔다.

현대ㆍ기아차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엔비디아와 협력했다. 또 중국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앱티브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통합제어SW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어 현대차로서는 기술적 ‘퀀텀 점프’가 예상된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본사. 현대기아차 제공

JV는 향후 친환경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는 순수 전기차(BEV), 수소전기차(FCEV) 등 친환경 차량을 자율주행 연구와 도로 주행 테스트에 지원한다. 또 앱티브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싱가포르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 시범사업에 현대ㆍ기아차의 차량을 투입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또 JV는 2022년까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4ㆍ5수준의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레벨4ㆍ5수준은 완전자율주행 단계로,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출발부터 도착까지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신설 JV와 우선적 협력을 통해 현대ㆍ기아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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