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사들의 멤버십 포인트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통신요금의 일정 비율만큼 가입자에게 제공돼 제휴처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적당한 사용처가 없거나 사용법을 몰라 소멸되는 금액이 적지 않다. 사라지는 멤버십 포인트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통신사들이 소상공인들과 연계해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섰다.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들에만 몰려있던 제휴처를 골목의 작은 가게들까지 넓혀 ‘지역밀착형’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23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2일 출시한 ‘열린멤버십’에서 제휴 매장 할인 쿠폰을 내려받은 건수가 20일 기준 3만건을 돌파했다. 열린멤버십은 소상공인들의 매장에서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를 활용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미용실, 소극장, 식당, 사진관 등 125곳이 제휴처로 등록돼 있다.
서울 성수동과 익선동 거리 매장을 중심으로 시작된 열린멤버십은 대구, 광주 등 전국 명소나 핵심 상권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구 김광석 거리에 있는 흑백사진관 ‘초록우체부’는 열린멤버십 제휴 후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20%가량 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열린멤버십을 전국 10개 지역으로 늘리고 지역 특성에 맞는 별도 할인 프로그램도 선보일 계획이다.
LG유플러스도 ‘2019 종로한복축제’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일대에서 29일까지 ‘U+로드’를 운영한다. 카페, 음식점 등에서 특정 상품을 주문하면 50% 할인 또는 ‘1+1’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16~21일 종로구 서촌마을에서 진행된 U+로드에 참여한 매장들은 하루 평균 매출이 126%, 방문객수가 137% 증가하는 성과를 얻은 바 있다.
지금까지 통신사 멤버십은 대부분 대형 영화관,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만 할인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프랜차이즈보다는 특색 있는 골목 상권의 가게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 바뀐 소비 추세를 멤버십 혜택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게 통신사들의 설명이다. 작년 한 해에만 사용되지 않고 소멸된 멤버십 포인트가 161억원에 달하는데, 버려지는 포인트도 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한다는 전략이다.
한명진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지원그룹장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쳐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고객 혜택을 늘려 골목 상권도 함께 활성화하도록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