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3일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해 침묵을 지켰다. 무겁고도 불편한 침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한지 하루 만이라는 시점도, 대통령 최측근인 현직 법무부 장관을 검찰 칼끝이 겨누고 있는 상황도 청와대로선 불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 한 마디가 수사 외압 의도 또는 청와대와 검찰 충돌의 징후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청와대 참모들은 입을 굳게 닫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한 이후 전화통화에서 ‘청와대의 입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별도로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조 장관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언급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검찰의 조 장관ㆍ가족 수사 상황에 대해 2주째 말을 아끼고 있다. 조 장관 임명 전까지 검찰을 향해 “내란음모 수사처럼 진행된다” “검란(檢亂)이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 대통령이 9일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청와대가 내놓은 마지막 공식 메시지다.
물론 청와대 내부에선 검찰 수사 상황을 극도로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조 장관 임명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주간 조사(16~20일ㆍ3,010명 대상)에서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5.2%였다. ‘못하고 있다’는 52.0%로, 일주일 만에 부정 평가가 2.0%P 늘었다.
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과 관련한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가 불편해하는 대목이다. 24일 한미 정상회담과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집중돼야 할 시선이 검찰 수사로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진 직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우리 마음은 지금 뉴욕에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강 수석은 “누가 뭐래도 지금의 시간은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데 진력할 때”라고 썼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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