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세 번째 유엔 연설… 비핵화 실무협상 앞두고 ‘진전된 당근’ 내놓을지 관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간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서 북한에 내놓을 메시지가 주목된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반색하며 환영 의사를 밝혔으나 정작 실무협상 일정 합의에는 뜸을 들이는 터라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수위를 보면서 실무 협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20일 언론 브리핑에서 유엔 총회에 내놓을 메시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이 권위주의 체제의 긍정적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미국 모델의 혜택, 즉 경제적 번영, 자유, 안보를 강조하고 이를 따르는 다른 나라들에 게 긍정적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과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의 연설을 미리 공개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으나, 북한 및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이 핵심 과제인 상황에서 이들을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은 취임 후 세 번째로, 앞선 두 번의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이 180도 달라진 바 있다. 2017년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를 위협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조롱하며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맹공을 가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이뤄진 지난해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까지 전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전쟁 방지, 핵실험 중단, 유해 송환 등의 성과를 이룬 점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한반도 평화’ 기조를 이어갈 것은 확실하다. 그는 “최근 3년동안 이 나라에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가 목전의 과제인 만큼 보다 진전된 ‘당근’이 나올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한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주장한 ‘리비아 모델’을 공개 부인하면서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새로운 계산법’을 주장해온 북한이 즉각 호응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 ‘새로운 방법’이 1~2년 안에 비핵화를 끝내는 일괄 타결식 빅딜에서 물러나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수용하는 의미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북미 양국이 점진적 방법론에 동의하더라도 북한이 상응조치로 체제 보장과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수 있다. 미국은 그간 체제 보장에 대해선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거나 자국 방어권 등을 거론하며 전향적인 메시지를 내고 연락사무소 개설과 종전 선언 등에도 열린 입장을 보여왔지만, 제재 문제에선 “확실한 비핵화 조치 전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연설에서도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내면서도 “제재는 비핵화가 일어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으면 실무 협상 재개가 변죽만 울리면서 시간을 끌 수 있는 상황이다. 22일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이 유엔총회를 특히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시리아, 중국과 같은 독재국가들에 의한 해로운 영향에 대응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여전히 북한을 이란 등과 같은 선상에서 맞서야 할 ‘해로운 영향’으로 표현하는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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