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형 대출 상품의 이자 역전 폭이 줄어들면서 대출자들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장 대출 받기에는 고정금리가 유리하지만, 변동금리 이자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향후 금리추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혼합형 금리(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이하 고정금리)는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담대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KB국민은행의 혼합형 금리(23∼29일 기준)는 전주보다 0.11%포인트 오른 2.36∼3.86%로, 한달 전(8월 19~25일ㆍ2.13∼3.63%)보다 0.23%포인트 높다.
반면 신규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변동금리(2.74∼4.24%)는 전달보다 0.16%포인트 낮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17일 0.9%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고정ㆍ변동금리의 차이는 0.38%포인트(금리 하단 기준)로 좁혀졌다. 다른 은행들의 고정ㆍ변동금리 격차도 이날 기준 신한은행 0.24%포인트, 우리은행 0.34%포인트, 농협은행 0.15%포인트로 좁혀진 상태다.
이런 현상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반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1.301%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1.584%까지 올랐다. 또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한 영향도 있다.
반면 변동금리는 국내 8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수신상품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인 코픽스를 기준으로 한다.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 수신금리 하락으로, 다시 코픽스 조정으로 이어져 변동금리를 더 낮추게 된다.
대출자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 변동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고정금리의 기준인 금융채도 현재는 오름세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 추세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신규대출을 받는다면 당장은 고정금리가 유리해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 고정(혼합형) 금리 하단이 2% 초ㆍ중반대로, 2015년 안심전환대출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며 “아직은 고정ㆍ변동금리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더 낮아져도 시장에 반영되기까진 시간이 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좀 더 저렴한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가 금리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나중에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대출을 갈아타려면 금리 흐름을 지켜보면서 대환 시점을 가늠하는 게 좋다. 단순히 이자 절감 비용뿐만 아니라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대출한도가 줄어들지는 않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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