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 시기ㆍ주체 따라 운명 갈려… 한인섭 했다면 ‘허위공문서’ 조국 개입땐 ‘공문서 위조’
조국 법무부 장관과 후원자로 알려진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얄궂은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조 장관의 두 자녀가 서울대 법학연구소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발급받은 인턴활동 증명서의 진위 여부가 검찰 수사로 가려질 판이기 때문이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최근 공익인권법센터 관계자와 센터장을 맡았던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차례로 불러 조 장관의 딸 조모(28)씨와 아들 조모(23)씨가 고교생 시절인 2009년과 2013년 센터로부터 받은 인턴활동증명서 발급 경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역시 서울대 법대 교수로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활동했던 조 장관이 증명서 작성 및 발급에 관여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조 장관과 한 원장을 동시에 겨냥한 가운데 증명서 발급 시기나 발급 주체에 대한 판단이 둘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대가 국립대였던 2009년 딸 조씨에게 발급한 인턴활동 증명서는 공문서 성격을 갖는다. 2011년 서울대가 법인화된 이후 아들 조씨에게 발급한 증명서는 사문서로 문서 성격이 바뀐다. 사문서는 위조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지만, 사문서보다 신용력이 높은 공문서를 위조하면 1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 강도가 훨씬 세다.
센터장을 지낸 한 원장이 발급했더라도 문서의 성격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달라진다. 공문서는 사문서와 달리 내용을 허위로 작성한 죄도 묻기 때문에 2009년 딸 조씨가 받은 증명서에 허위 내용이 기재돼 있을 경우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받아 처벌 대상이다. 다만 사문서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문서 작성 권한이 있으면 처벌할 수 없다. 딸 조씨의 총장 명의의 표창장이 문제가 된 것은 문서 작성 권한이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2013년 아들 조씨가 받은 증명서는 사문서라서 당시 센터장으로 증명서 발급 권한이 있는 한 원장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조 장관이 직접 딸 증명서 위조에 개입했다면 공문서 위조죄에 해당된다. 검찰은 최근 확보한 조 장관의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완성본이 아닌 미완성된 파일 형태의 딸 증명서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자신이 증명서를 ‘셀프발급’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악의적 보도”라면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공소시효 역시 검찰이 따져봐야 될 문제다. 딸 증명서(공문서)에 적힌 인턴 활동 기간은 2009년 5월로 이미 공문서 위조 공소시효(10년)가 지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문서 위조로는 한 원장, 조 장관 모두 시효가 지났고, 사문서 위조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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