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06년생 집단 폭행’ 사건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번지면서 청소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청소년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할 때마다 소년법 개정을 두고 일었던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지난 21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의 한 노래방에서 중학생들이 초등학생을 집단 폭행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인 A양 등은 초등학교 6학년인 피해자 B양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서부경찰서 관계자는 “22일 저녁부터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5명이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나 조사 상황에 따라 가해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은 함께 노래방에 간 B양이 나이가 어린데도 자신들에게 반말을 해 때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 공간에서는 폭행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 40초 분량의 해당 영상에는 코와 입 주변에 피를 흘리고 있는 B양을 둘러싼 B양 등이 거친 욕설과 함께 수 차례 머리 부위를 때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06년생 집단 폭행사건’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이 학생들을 엄중처벌 해야 한다”며 “어떤 죄가 성립되고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그리고 피해자 여학생의 인권을 몰락시킨 것을 깨우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은 “저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나쁜 짓을 더 했을까, 꼭 감옥에 보내자”고 밝히기도 했다. 이 청원은 공개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무려 15만6,000명이 넘는 시민이 동의했다.
청소년 범죄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법안 개정의 목소리는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제기돼 왔다. 지난 6월 광주에서 10대 청소년 4명이 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방치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그랬고, 2017년 9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천안 여중생 사건’ 등이 공개됐을 때도 소년법 개정 요구가 드높았다. 실제 올해에만 처벌 강화를 취지로 하는 소년법 개정안이 4건이나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처벌보다는 예방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법무부는 만 14세 미만은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관련법을 개정해 연령 기준을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범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보호와 교육방안 마련이 우선”이라며 제동을 거는 등 반발 여론에 부딪혀 주춤한 상황이다.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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