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도 집주인이 보증금(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준 돈이 올해에만 약 1,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늘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집값과 전세가격 하락으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주택’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HUG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실적ㆍ사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발생한 보증사고액은 1,681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사고액(792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2016년 34억원과 비교하면 5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13년 도입된 전세금 반환보증은 전세를 든 세입자가 보증에 가입하면, 계약 기간 이후 집 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 기관인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HUG는 이후 집주인에게 구상권 등을 통해 보증금을 받아낸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규모는 2015년 7,221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5조1,716억원으로 7배 늘었고 2017년 9조4,931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9조467억원으로 또 다시 2배 늘었다. 올해 역시 7월까지 17조1,242억원(8만7,438건)으로 지난 한해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유사시 HUG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한 전세 보증금 규모가 올해에만 17조원을 넘는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최근 5년 실적 중 82%(42조909억원)가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집중됐다. 보증 사고액 역시 2,582억원 중 82%(2,127억원)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이처럼 보증 사고액이 늘어난 것은 과거 전세가가 매매가격의 70~80%에 달하던 때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가 이어졌지만, 1만 가구 규모의 송파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신규 아파트 물량이 쏟아진데다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제 때 돌려줄 수 없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법 개정을 통해 임대의 임차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홍보영상 등을 통한 임차인 권리 찾기 홍보 강화, 보증발급 후 사후관리 및 모니터링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이 같은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급증하는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임대인에 대한 정보 공개 △세입자를 위한 구제금융과 경매절차 간소화 등의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수백 채의 집을 갖고 보증사고를 내는 불량 임대업자와 주택에 대해 허술한 심사로 보증해 주는 HUG의 책임도 크다”며 “국토부와 산하기관 HUG간 칸막이를 없애 임대사업자 정보를 쉽게 확인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일정 규모 이상 주택임대사업자에게는 보증금을 변제할 자본금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의무를 둬 전세금 떼먹을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7월 말부터 전세 계약 기간이 6개월만 남아도 전세금 반환 보증 가입을 허용하는 ‘특례’ 적용 대상을 기존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다만 보증 특례의 경우 가입 가능한 전세금 상한선이 수도권 5억원, 기타 지역 3억원이고 부부합산 소득은 1억원 이하여야 한다. 보증료는 아파트의 경우 연 0.128% 수준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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