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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 지난해만 889건… “경제적 착취 처벌 어려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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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학대 지난해만 889건… “경제적 착취 처벌 어려워 문제”

입력
2019.09.24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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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에 거주하는 50대 지적장애인 김영수(가명)씨는 지난해까지 8년간 임금을 받지 못하고 마치 노예처럼 어선에서 강제노동을 했다. 선주는 김씨가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져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것으로 여기고, 김씨가 임금을 달라고 할 때마다 폭행했다. 김씨 명의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해양경찰청이 해양종사자 인권유린 실태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구출돼, 현재 경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주거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접수한 장애인 학대신고 3,658건 가운데 실제 학대로 판단된 사례가 889건(24%)인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는 대다수(74%)가 발달장애나 정신장애 등을 갖고 있어서 학대 피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아도 신고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김씨처럼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거나, 기초수급비를 가로채는 등의 경제적 착취가 전체 학대유형 가운데 24%를 차지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보건복지부가 23일 내놓은 ‘2018년도 전국 장애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정서적 학대가 많은 노인ㆍ아동학대와 달리 장애인 학대는 신체적 학대(27%)와 경제적 착취(24%)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임(19%) 정서적 학대(18%) 유기(3%)가 뒤를 이었다. 주요 가해자는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23%)와 부모(13%)였다. 가족과 친인척을 합친 비중이 30%에 달했다. 장소는 피해자의 거주지(35%) 장애인복지시설(28%) 순으로 많았다. 피해자 유형별로는 발달장애인 등 지적장애(68%)거 가장 많았고 지체장애(7%) 정신장애(6%) 뇌병변장애(5%) 순서로 많았다.

[저작권 한국일보]학대 신고가 접수된 장애인유형별 비중/ 강준구 기자/2019-09-23(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학대 신고가 접수된 장애인유형별 비중/ 강준구 기자/2019-09-23(한국일보)

현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신체적 학대만큼이나 경제적 착취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정신적 장애인이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일 때 부모나 친척 등 가해자가 접근해 장애인 명의의 대출서류에 서명하게 강요하거나, 다달이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를 중간에 가로채는 경우가 많다”면서 “장애인 피해자는 신용불량자가 돼도 해명이 어렵기 때문에 채무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갑자기 연락이 끊겼던 형제나 친척이 나타나 유산을 챙기고 장애인은 거주시설에 입소시키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 한국일보]장애인학대 유형별 비중/ 강준구 기자/2019-09-23(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장애인학대 유형별 비중/ 강준구 기자/2019-09-23(한국일보)

그러나 경제적 착취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장애인과 가해자가 오랫동안 교류한 사이인 경우가 많아서 장애인이 피해를 인정하려 들지 않거나, 피해를 인정해도 처벌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시간 무임금,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도 자신이 원해서 가해자를 도와줬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현장에서는 장애인 주변의 공무원이나 경찰, 마을 사람들마저 ‘장애인과 함께 살면 일을 시킬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가해자가 가족일 경우 범죄 여부를 까다롭게 판단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돼 법망이 헐겁다.

이용석 실장은 “장애인이 재산관리자 등을 미리 정하는 성년후견제도가 있지만 이 역시 후견인의 70%를 가족이 맡고 있다”면서 “가족인 성년후견인이 감독을 피해 재산을 처분할 경우 제어할 장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성년후견인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친족상도례 규정도 장애인에게는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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